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건설시행사 대표 전모씨가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학교 옆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전씨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신중학교 출입문에서 125.57ｍ, 학교 경계선에서 20.47ｍ 떨어진 자리(상대정화구역)에 21층짜리 관광호텔을 지으려고 했지만 당국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전씨는 "이 호텔이 학생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거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호텔 투숙객이 창문을 열거나 학생들이 망원경과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학생들도 내부의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다"면서 "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성에 처음 눈을 뜨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의 건전한 성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허했다. 재판부는 특히 "성매매가 점점 음성화하면서 관광호텔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관광호텔을 상대정화구역에서 금지시킬 정책적 필요성은 더욱 높다"고 판단했다.
이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가 지난달 23일 "학교 주변이라도 학습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 호텔을 지을 수 있다"며 종로구 이화동 서울대 사범대 부설여자중학교 150여m 인근에 16층 규모의 관광호텔을 허락한 것과는 반대의 판단이다. 두 호텔의 희비를 가른 것은 학교에서 호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느냐였다. 서울대 사범대 부설여중 인근 호텔의 경우 학교에서 바라봤을 때 꼭대기 외벽 상층부 일부만 볼 수 있는데다 기존에 보이던 모텔 간판을 가려주는 위치였다. 더불어 허락받은 호텔은 학생들의 통학로와 떨어졌던 반면 이번 호텔의 경우 아파트 설립 예정 부지의 한가운데에 있어 추후 학생들의 왕래가 빈번해질 것으로 보이는 곳에 있었다. 한편 대한항공이 풍문여고 근처에 지으려다 불허 판정을 받은 7성급 한옥 호텔 역시 인근 학교에서 직접 호텔을 볼 수 있고 학생들의 통학로와 인접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