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의 눈에는 뭐든 처음이고 새롭게 보이기 때문에 남다른 관점으로 보기 마련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그 감정과 경험들이 상상력의 원동력이죠.”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탁월한 상상력으로 유명한 팀 버튼(54ㆍ사진) 감독이 처음으로 방한했다. 그것도 영화 홍보 목적이 아닌 미술관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어린 시절에 그린 습작부터 회화, 드로잉, 사진, 영화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형 등 총 8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팀 버튼 전’이 12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뉴욕현대미술관(MoMA)와 현대카드의 공동주최로 열리기 때문이다.
유별난 상상력을 그림으로 표현하던 팀 버튼은 18세 때 월트 디즈니가 설립한 캘리포니아예술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린 아이 같은 감성을 바탕으로 기괴하면서도 재치있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전시가 관객들의 내면에 있었던 창의력과 상상력, 감성을 일깨우며 영화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디지털 시대이지만 손으로 그린 그림과 정교하게 만든 피규어를 통해 캐릭터에 생명력과 숨결을 불어넣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팀 버튼이 만든 ‘가위손’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빅 피쉬’ 등의 기발한 캐릭터도 모두 어린 시절의 상상력에서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2005년 MoMA의 영화부문 큐레이터들의 제안으로 기획이 시작됐고 2009년에 첫전시가 열렸다. 당시 8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MoMA 역사상 피카소전과 마티스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관객이 다녀간 전시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팀 버튼은 “큐레이터들은 집과 작업실을 고고학자처럼 뒤져서 나도 잊고 있던 것들을 찾아냈고, 공개할 의도가 없었던 습작들이 그 덕분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욕 전시 이후 ‘팀 버튼 전’은 멜버른, 파리 등 전세계 5개 도시에서 선보였고 아시아 최초이자 마지막 세계 순회전으로 서울에서 열리게 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팀 버튼 감독의 최근작인 ‘프랑켄위니’ 섹션이 새롭게 추가돼 이전의 전시와 차별점을 확보했다. 전시는 내년 4월14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