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준금리 2% 시대] 대세 따른 이주열… 재정·통화 쌍끌이로 성장엔진 데운다

소비·투자 심리 살고 펀더멘털 개선 기대 불구

"한국경제 정말 나쁜가" 대외 우려시각은 부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소공동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시장의 예측대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3% 중반의 경제성장을 예측하면서도 기준금리를 3개월 새 두 번 낮춘 것은 이례적이다. 어찌 됐건 강력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팀에 한은이 '금리 추가 인하'로 화답하면서 경기부양의 공은 '오롯이'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전문가들이나 시장은 '적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저성장·저물가의 늪으로 빠져드는 한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리인하의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낮은 물가상승 압력 △미흡한 심리 회복세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총재는 "특히 올해와 내년 경제를 다시 전망한 결과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의 해소 시기가 종전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 게 금리를 낮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공은 정부로…심리회복·펀더멘털 개선 등에 도움=기준금리 인하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먼저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이다. 지난 8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가계의 심리는 좋지 않다. 9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전달보다 2포인트 올랐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의 82에 한참 못 미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금리인하는 경제주체의 심리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개인 소비심리 개선 효과에 비해 기업 투자심리 개선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더멘털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경제의 실물지표는 좋지 않다. 2·4분기 GDP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고 8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3.8%, 설비투자는 9.8%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한 달 전보다 2.7% 늘어나는 선에서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5조원+α'의 추가 대책을 내놓고 한은이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낮춰 경제 전반의 지표는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신 부문장은 "재정·통화정책의 공조가 완성, 시너지 효과가 기대돼 펀더멘털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매슈 서코스타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수출업체가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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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은 이제 정부의 몫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왔다. 그간 추진해온 경제혁신3개년계획과 구조계획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구조개혁 없이 금리를 무조건 내리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저 금리의 후폭풍…'한국 경제 정말 좋지 않나' 시각은 부담=한은이 정부의 경기부양에 공조하기 위해 사상 최저 금리 카드를 꺼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먼저 국내 금융시장의 자본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총재는 "이번 결정에 가장 고민한 대목"이라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 기준금리를 내린 만큼 그야말로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국고채 3년물 금리차는 1.25%포인트까지 좁혀져 7년 만에 최저치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의 서정훈 박사는 "8월 기준금리 인하 때는 자금유출에의 영향이 미미했지만 이번에는 그 영향이 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도 더 커졌다. 금융당국은 8월과 9월 가계대출이 각각 5조5,000억원씩 늘어 전년 동기보다 증가속도가 빠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대출이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옮겨타고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지만 소득증가율 이상으로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응을 위해 꺼냈던 금리 2% 카드를 다시 사용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아졌다는 부작용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악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곤 한다"면서 "최저 금리 카드를 꺼내는 데 대한 부담요인이었다"고 전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사상 최저 기준금리로 '한국 경제가 정말 좋지 않은가'라는 오해는 살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이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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