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8·5제' 도입 첫날 고위직 속속 동참

기획재정부의 A부이사관은 지난 26일 출퇴근 시간을 한 시간씩 앞당기는 내용의 유연고용근무 신청서를 직속 상관에게 제출했다. 앞으로 오전8시에 업무를 시작해 가급적 오후5시까지 일과를 마치겠다는 게 신청서의 골자.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내수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일명 '8ㆍ5제'에 동참한 것이다. 그는 "어차피 평일 새벽이면 사무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 뒤 출근을 해오던 터라 8ㆍ5제가 오히려 편하다"며 "매일 5시에 일과를 마치기는 어렵겠지만 업무가 많지 않은 날은 퇴근시간이 빨라져 가족들과 더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비서 역시 이날 8ㆍ5제를 선택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출근거리가 먼 점을 감안해 평소보다 1시간이 아닌 30분씩 근무시간을 당기는 선에서 신청했다. 이날 오후3시 현재 재정부에서는 A부이사관을 포함, 박 장관과 임종룡 제1차관, 류성걸 제2차관을 비롯해 13명이 8ㆍ5제에 참여했다. 재정부 인사과 관계자는 "8ㆍ5제 신청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동참자들이 확대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재정부는 조만간 행정안전부로부터 업무지원을 받아 직원들에게 8ㆍ5제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기로 했다. 물론 8ㆍ5제가 재정부 내에서 단기간에 확산되기에는 타이밍이 녹록하지는 않다. 재정부에서 가장 조직이 큰 세제실과 예산실은 각각 세제개편안과 2012년도 예산안을 8월 말과 9월 말까지 짜야 해 걸핏하면 밤을 새고 있다. 경제정책국 등은 물가 잡기에 매진하고 있고 국제금융국 등은 유럽ㆍ미국발 재정위기에 대처하느라 거의 '전시 국면'이다. 또한 27일 강타한 폭우와 산사태 피해 복구로 온 나라가 정신이 없어 8ㆍ5제가 호응을 얻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8ㆍ5제를 솔선수범하겠다고 나선 것은 재정부 사람들이 모두 다 강제적으로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업무 성격이나 출근거리 등에 맞춰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선택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8ㆍ5제로 늘어난 여가 시간만큼 소비활동 등을 통해 내수를 살려 경제에 활력을 주자는 의미에서 박 장관이 총대를 맨 만큼 당장의 여건보다는 보다 먼 시각에서 호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