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리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셰익스피어의 비극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담은 흑백 다큐멘터리를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파올로 타비아니(80) 감독은 "설령 종신형을 선고 받고 사형을 선고 받은 재소자라도 하나의 인격체이자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모든 것은 셰익스피어의 숭고한 작품 덕분"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에 출연한 로마 레비바 교도소의 재소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은 황금곰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헝가리 감독 베네덱 플리고프의 '저스트 더 윈드(Just the Wind)'가 차지했다. 플리고프 감독은 실제 집시를 캐스팅해 집시여인 마리와 그의 병든 아버지, 두 자녀의 힘겨운 삶을 작품 속에 담았다.
남우주연상은 '로열 어페어(Royal Affair)'의 미켈 보에 폴스라르(덴마크), 여우주연상은 콩고 소년병 이야기를 다룬 '워 위치(War Witch)'에 출연한 열 네살 소녀 레이첼 음완자에게 돌아갔다.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 스트립은 63세의 나이로 베를린영화제 평생 공로상(명예 은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철의 여인'에서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연기해 전성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영화는 이번 베를린영화제 공식 경쟁 부분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단편 경쟁부문에 김석영 감독의'마취'를 비롯해 파노라마 부문에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와 전규환 감독의 '바라나시', 제너레이션 부문(청소년 영화)에 이한 감독의 '완득이' 가 초청 받았다.
2월 9일~19일까지 열린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