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 문제가 금융시장 전체의 화약고로 확대된 데는 기본적으로 신설 투신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투신사와 판매 증권사의 과도한 수탁고 경쟁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그러나 재정경제부등 정부역시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채권시장의 최대매수세력인 투신사에 자금을 몰아 줄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최소한 투신권의 무리한 영업행태를 방조(?)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 제시, 미스매치등 문제발생의 소지에 대해 일찍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재경부의 강력한 금리인하의지에 밀려 투신권에 대한 규제를 하지 못한채 머뭇거리다 이같은 위기를 맞고 있다. 금감위는 특히 『투신권 구조조정은 당분간 없다』며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다.
사실 지난해부터 신설투신운용사를 비롯한 투신권은 시중 실세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단기공사채형 상품에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다. 투신권은 콜,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등 경쟁상품보다 3~4%포인트 높은 확정(네고)수익률을 제시했다.
형식적으로는 투신 단기공사채형 상품이 실적배당 상품임에도 자금시장의 실정은 그렇지 않았다. 은행등 자금을 맡기는 기관들 역시 금리입찰을 서슴치 않으면서 고수익 확정금리를 요구했고 수탁고 경쟁에 내 몰린 증권사(판매사)나 투신권는 이를 수용했다.
투신권이 이처럼 고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IMF초기 20%대 이상의 고수익률 보유채권을 단기공사채에 편입시키거나 장고단저(長高短低)의 금리구조아래서 3년만기 회사채등 장기상품을 이 상품에 편입시켰던 것. 이에 따라 판매상품 만기는 3개월이면서 편입상품의 상당부분은 3년만기 회사채등 장기채권이라는 만기불일치(MISMATCH)구조가 심화됐다.
이같은 미스매치는 3개월 만기가 도래해 환매자금이 일시에 몰릴 경우 편입상품 매각이 어려워 환매자금부족등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은행권이 연말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 위해 투신 단기공사채 상품에 편입시켰던 자금을 대거 빼 나가면서 투신권은 1차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금리가 「구세주」였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채권값 상승)함에 따라 장기채라도 시장에서 일정부분 매각이 가능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금리하락으로 고수익률 제시가 가능해 환매자금의 재유치도 가능했다.
결국 주식과 같이 채권값이 상승(금리하락)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별로 없다. 편입채권에 평가익이 발생해 고수익률을 맞춰줄 수 있고 장기채권이라도 일정부분 시장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월중순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금리가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채권값 하락) 편입채권의 평가익이 떨어져 투신사들은 네고수익률을 맞추기가 어려워 진다. 즉 투신사 단기공사채형 상품의 금리경쟁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벌써 일부 투신사들은 네고수익률과 운용수익률사이에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돈을 받으면 받을 수록 손해가 나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도 문제가 된다. 금리가 상승한다는 전망에 따라 시장에서 장기채권을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 모두 자금을 단기로만 운용하기 때문이다.
수탁고가 10조원인 투신사를 예로 들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손실규모는 무려 1,000억원이다.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 1월11일 7.15%를 바닥으로 2월9일 8.89%까지 약 1달사이 금리는 1.74%포인트 올랐다.
따라서 금리가 현 수준을 지속하거나 추가상승하는 경우 증권. 투신사 위기가 실제상황으로 발발할 가능성은 커진다.
여기에 대책을 마련하는 감독당국의 고민이 있다. 단기공사채형의 규제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실제 시행할 경우 금리가 뛰고 이는 다시 금융시장 위기를 현실화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안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