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도 압도적이었다. 경기 화성갑의 서 당선인은 최종 개표결과 62.6%의 득표율을 기록해 29.1%의 지지를 얻은 민주당의 오일용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경북 포항 남ㆍ울릉의 박 당선인도 78.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국회의원 배지의 주인이 됐다.
10ㆍ30 재보선이 치러진 두 곳이 모두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ㆍ박 당선인의 여의도 입성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경기 화성갑은 2008년 18대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19대 총선 및 18대 대선을 거치며 새누리당이 10~20%의 격차로 꾸준히 앞서 '신(新) 여권'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포항 남ㆍ울릉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내리 6선을 한 지역이다.
인지도 격차도 커 애초부터 초등학생과 대학생간 싸움이었다는 비유도 나온다. 서 당선인의 상대로 지목됐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출마를 고사하며 '거물급 빅매치'가 무산된 게 결정적이었다.
정권심판론이 득표율 격차를 어디까지 좁히는지가 관전 포인트였지만 서 당선인은 개표 내내 30%포인트 이상 상대후보를 앞서나가며 야권의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민주당에서 "이 정도 차이일 줄은 몰랐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서 당선인의 지지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으로 촉발된 국민적 의구심의 척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덜게 됐다. 여전히 박 대통령과 현 정권을 향한 국민들의 지지가 공고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덕분이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민생에 매진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신 결과이며 허황된 정권심판론에 휘둘리지 않은 표심을 보여준 것"이라며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와 같은 표심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내부는 또다시 쓰라린 패배의 후유증으로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원내 최다선(7선)인 서 당선인의 화려한 귀환으로 여권 내부의 권력 구도도 요동치게 됐다. 현재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에게 쏠려 있는 힘의 균형이 다극체제로 전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차기 당권이 서 당선인에게 향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다음 원내대표-정책위원회 의장 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노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서 전 대표에게 적극적으로 줄을 대고 있다"고 설명하며 "어쨌든 딱딱한 당내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서 당선인이 직접적인 움직임을 자제한 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공격당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그가 입성과 동시에 '대장' 노릇을 했다가는 바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일단은 은인자중하며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