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화센터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님을 초청해 무료 강좌를 진행한 적이 있다. '마음치유 콘서트'로 이름 붙여진 이 특강은 평일임에도 접수 시작 하루도 안돼 150석의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강의 당일에는 나이와 성별ㆍ종교를 가리지 않고 '삶의 치유'를 꿈꾸는 사람들로 만원사례를 이뤘다.
'웰빙(Well-bing)'과 '로하스(LOHAS)'를 거쳐 마음의 휴식과 치유의 개념까지 포함하는 '힐링(Healing)'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 한 켠이 묵직해진다. '치유가 필요할 만큼 심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F)은 전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와 기대 수명 등을 평가한 '국가별 행복지수(HPI)'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한국은 43.8점을 얻어 63위에 머물렀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경제 강국과 함께 순위 하위권을 차지한 것을 보니 경제적인 부(富)마저도 행복의 빈자리는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지난해 한 해만 전체 인구의 16%가 우울증ㆍ신경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평가 속에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 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겠다고 할 정도니 유통업계에서도 왜 '힐링 마케팅'에 고심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몇몇 유통업체들은 고객과 소통하는 힐링캠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족 건강 토크'나 '목장 투어 체험단'을 운영하는 등 자사 상품 홍보와 함께 고객이 가진 불안감이나 걱정을 치유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유통업체가 실행할 수 있는 힐링의 범위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 찾아가도 늘 여유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힐링 스페이스'를 상시 제공해주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가족이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을 만들거나 자녀와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는 스포츠시설, 누구나 들를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유통업체들이 1차적인 상품 판매에 급급하지 않고 고객과 교감하며 그들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배려한다면 고객들이 언제든지 찾고 싶어하는 힐링 스페이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