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 美日간 새 외교정책 모색하나

鄭통일 "한미동맹은 기본축, 오른쪽에 日, 왼쪽엔 中" <br>부시 동북아 전략구도와 마찰 가능성도

"과거와 같은 고정된 구도에서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변화된 상황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변동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동영(鄭東泳)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은 23일자 중앙일보 회견에서 최근 탈냉전기 동북아 정세와 한국의 역할을 이렇게 진단하고 "이제는 외교정책에 관한 변화와 신사고를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냉전시대와는 달리 최근 동북아 정세와 전략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게 새로운 마인드를 갖고 새로운 외교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구 소련 및 동구권이 무너지기 전인 냉전시기에는 한-미-일 남방 3각 구도와 북-중-러 북방 삼각구도가 맞부딪히고, 그 결과 한국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해서 이 삼각구도에 철저하게 편입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한미동맹이라는 기본축이 있고, 오른쪽에 일본이 있으면왼쪽으로 중국이 있는 한일 협력과 한중 협력, 이런 속에서 우리가 동북아에서 평화의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이 기본축이라는 점에서는 과거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일본과 협력해 중국에 맞섰던 냉전시기와는 달리, 이제는 우리나라가 중국 및 일본과 각각 동일한 수준에서 협력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이런 전략적 판단은 최근 북핵 문제와 함께, 일본 시마네현(島根)현 의회의 독도 조례 제정이후 대일 관계를 대처해 나가는데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정부가 독도 조례 제정 이튿날인 지난 17일 `과거사를 인류보편적인 방식으로청산하지 않을 경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는 어렵다'는 취지의 대일 신독트린을 공개 천명하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공산주의 북방 삼각구도에, 한-미-일 3국이 반공으로 맞섰던 냉전시기에는 우리정부가 식민지 과거사 문제 등으로 일본과 마찰과 갈등을 빚었다고 해도 남방 삼각구도에서 일탈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鄭통일 "한미동맹은 기본축, 오른쪽에 日, 왼쪽엔 中"부시 정부 동북아 전략구도와 마찰 가능성도 최근 북핵 문제 대처 과정에서 정부가 보이는 행보도 이와 아주 흡사하다. 지난 2월 26일 서울에서 한.미.일 3자 고위급 협의를 갖기도 했지만, 그 속을들여다 보면 북핵 문제에 대한 한일간 인식의 갭이 더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북핵문제에 대한 일본의 최근 역할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지금으로서는 일본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털어 놓았다. 그의 발언의 저변에는 일본 정부가 6자회담의 한 참가국으로서 자기 몫을 다 해줘야 하는데도 불구, `가짜유골' 사태이후 일본내 대북 강경여론에 밀려 제 목소리를 못내고 미국의 입장을 지나치게 추종하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자 한겨레신문 대담에서 "일본이 과연 동아시아 나라인지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핵문제에서 일본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 추수외교는 그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는 것과는 매우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그리고 아시아 식민지 피해국의 `유보'적 입장에도 불구,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도쿄에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진출에 대한 부시 정부의 지지의사를 재천명한데서도 드러났듯이 우리 정부의 새로운 외교정책은 부시 정부의 동북아 전략과 마찰을 빚을 공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본축으로 해서 외교정책을 펴 나가되, 한미간에 입장 차이가 있을 경우 `가감없이' 말하고 조율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8일 공사 졸업식에서 주한미군 유연성과 관련해"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20일 라이스 장관의 예방을 받고 최근 한일관계를 설명한 뒤 "이런 것들이 극복되어야 한일관계와 동북아 평화구도 정착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또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주적 발언'이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국내용 발언' 등에 대한 정동영 장관의 정면 비판도 `짚을 것은 받드시 짚고 넘어 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새로운 외교자세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라이스 장관의 방한과 관련, 정 장관은 "한국에 주는 메시지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의견차이가있으면 있는 대로 우리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는 점"이라며 "복선을 깐 메시지보다명료한 의견개진을 통해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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