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0일까지 이동통신사들의 (휴대폰) 밀어내기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각 사별로 돌아가면서 영업정지를 받게 되니까 그 전에 전화기 물량을 당겨와 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유통망에 밀어낸 것이죠. 갤럭시3 같은 제품도 90만여원짜리를 팔면 해당 판매점에 최고 67만원까지 리베이트를 줬을 정도로 밀어내기 경쟁이 심했죠. "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휴대폰판매점 사장의 설명이다. 이동통신사들의 물량 밀어내기 경쟁은 이를 뒷받침하는 휴대폰 제조사들의 출하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부의 산업통계상에는 재고물량 감소로 기록돼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각종 경기지표가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처럼 통계착시에 따른 오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른바 '경기바닥 대세론'이냐, '통계적 착시'냐는 논쟁이다.
경기바닥론의 근거로는 미국 재정절벽 및 유럽 재정위기 리스크 완화, 국내 생산ㆍ경기심리지표 호전 등이 꼽힌다. 반면 통계적 착시론을 주장하는 측은 낮은 체감경기가 여전히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이어 일부 심리지표 개선이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광공업생산' 지표는 이 같은 논쟁을 새삼 재점화했다. 이 지표를 놓고 보면 광공업생산이 전월 대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는 등 경기개선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구랍의 생산자 제품출하는 전월 대비 2.4%나 늘었고 재고는 전월 대비 0.9% 줄었으니 수치만 보자면 소비심리개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제조업 출하증가-재고감소의 이면에는 연말연시 주요 업종의 대리점ㆍ판매점 밀어내기 효과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영상음향통신의 구랍 생산은 전월 대비 20.4%나 늘었는데 마침 해당 기간은 내수 시장에서는 이통사 영업정지 처벌 직전의 밀어내기, 해외 시장에서는 수출용 밀어내기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제조업경기의 체감온도계로 꼽히는 생산현장 분위기만 봐도 통계지표보다는 분위기가 썰렁함을 알 수 있다. 한 전자업체의 창원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조합 간부는 "아직 신제품 출시 이전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난 연말연시에는 일감이 조금 떨어지는 추세였다"며 "다행히 사 측이 최근 상여금을 주기는 했지만 그 직전까지만 해도 (공장가동 물량이 줄어) 월급봉투가 얇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우호적인 기대감이 작용하는 이른바 '허니문 효과'가 경기심리에도 투영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시장 거래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새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적극적으로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허니문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으므로 경기바닥 대세론으로 이어지려면 허니문 효과에 이은 확실한 경기처방이 뒤따라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현재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경기개선흐름이 매우 완만하기 때문에 아직은 바닥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영상통신음향 등 일부 생산지표 개선은 수출호재로 봐야지 내수시장이 살아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