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창극 총리 후보자 발언에 비난 지나치다

조선시대 사간원(司諫院)은 국왕에 대한 간쟁, 신료에 대한 탄핵과 정치·인사 문제에 대한 언론을 담당했다. 만일 대사간이나 사간 등이 정승 진출을 꿈꾸고 자신의 권한을 왜곡하려 든다면 그것은 사간원의 타락일 뿐이다. 우리가 문창극 전 언론인의 국무총리 내정에 의문을 품은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평소의 국정비판과 감시활동에 사적이고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문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과정은 이런 차원과 별개로 자칫 탈선 징후까지 띠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KBS 등 일부 언론은 11일부터 문 후보자가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의 강연에서 "일본이 이웃인 것은 축복,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면서 예비 총리로서의 역사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심지어 "너희는 이조 500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는 시련이 필요하다" "남북분단,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구 등을 인용하면서 민족비하라는 형용어구까지 동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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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런가. 언론이 취재원의 발언을 보도할 때는 생략하거나 발췌를 하더라도 본래의 취지를 정확히 살려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팩트나 객관성을 외면한 편향적 왜곡이라 할 수 있다. 전체 문맥을 살펴보면 문 후보자는 단지 기독교인으로서 우리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시련으로 간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스스로 노력하자는 뜻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강연 녹취록만 봐도 일부 보도가 의도적 짜깁기인 점이 드러남에도 야당에서는 '망발과 망언' '매국' '반민족적' 등의 비난을 퍼부으며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불행히도 우리 언론이 취재원의 사적 발언이나 내부 논의 등을 놓고 앞뒤 문맥을 자른 후 짜깁기 보도하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이미 인터넷 등에 강연 녹취록 전문이 흘러다니고 있다. 누구나 발언의 팩트와 취지에 접근할 수 있게 돼 있다. 비난도 지나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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