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의 벤처투자자금이 크게 늘어나자 투자거품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3ㆍ4분기 신규 벤처투자자금은 55억달러로 2ㆍ4분기의 31억달러에 비해 78%나 늘었다. 이에 따라 올들어 9월까지 벤처투자자금은 112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투자금액 105억달러를 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벤처투자자금은 18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71%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의 벤처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해외연기금,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등의 신규 투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핀랜드공무원연금기금은 올해 미국 벤처펀드에 모두 1억2,500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 싱가포르, 네덜란드 연기금도 미국 벤처펀드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산업에 거품이 다시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돈은 엄청나게 몰리는 데 반해 매력적인 투자대상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랜 투자경험이 있는 대학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서서히 벤처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스탠포드기금의 운영을 맡고 있는 조갠 퍼킨스는 “현재 전체 기금 가운데 벤처투자비중이 3분의 2 정도지만 앞으로는 이 비중을 50%로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벤처투자자금이 크게 늘어나자 벤처캐피탈업체들은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업체 액셀 파트너스는 올해 4억달러의 벤처펀드를 만들면서 투자수익의 30%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보통 수수료가 투자수익의 20%이기 때문에 파격적인 수준이다. 또 투자수익 상환기간 연장, 추가 투자자금 미납에 대한 가산금 부과 등을 통해 투자조건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