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이하 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서 남북 통일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 국가에도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 비핵화와 남북 통일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된다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을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확고한 안보 억제력을 바탕으로 그 위에 평화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나간다면 통일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와의 공조 체제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제안한 '다보스 컨센서스'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더불어 약자에 대한 포용도 함께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글로벌 경제질서를 형성했던 워싱턴 컨센서스는 경쟁을 가장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기초한 것인 만큼 사회·경제적 약자와 빈곤층 문제 해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이제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정책이나 노동시장 정책과 같은 기존 패러다임 내의 부분적 보완이 아니라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인식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박 대통령 기조연설에 참석해 간간이 손뼉을 치면서 연설을 경청했지만 박 대통령과 만나지는 못했다.
◇"창조경제 글로벌 연대 구축하자"=박 대통령은 기존 경제질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창조경제를 제안했다. 기존 경제 패러다임은 선진국과 후진국, 부자와 빈자의 경제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확대하는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는 만큼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해 부(富)를 창출할 수 있는 창조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이번 다보스포럼의 주제인 '세계의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소득 불균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단순히 창조경제 개념을 설명하고 제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국 경제 주체들이 '창조경제 글로벌 연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실질적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가 함께 손을 잡고 협력해야 한다"면서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과학기술과 융합되면 삶의 고통을 덜어주는 해결책을 주고 인류 행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기업 CEO 상대로 세일즈 외교 나서=박 대통령은 다보스회의에 참석한 직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 확대를 당부하는 등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아람코 총재와 면담을 하고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아람코의 직접 참여를 요청했으며 아람코의 플랜트 건설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당부했다. 아람코는 현재 59억달러(4건)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과의 면담에서는 퀄컴의 한국 투자 확대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의 협력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조 카이저 지멘스그룹 회장과 만나서는 지멘스가 에너지솔루션 아태본부를 한국에 이전한 것에 대해 평가하고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주기를 당부했다. 지멘스는 석유·가스탐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은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해당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행사에 앞서 21일 저녁 다보스 벨베데레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 주최로 열린 '2014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에 참석, 다국적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창조경제 국가설명회(IR)'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기업가정신이 얼마나 활발하게 살아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라고 역설했다. 또 "한국은 기업활동을 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세계의 기업들이 한국에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면서 "여러분들도 한국에서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서 한국의 혁신 역량과 잠재력을 믿고 투자하셔서 한국과 함께 성장해가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한국을 통해 세계 주요 경제권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비즈니스 기회를 넓혀가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한 가수 싸이는 건배사에서 "내 얼굴과 몸매로 한국 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가수로 한국의 밤에 오는 것 자체가 창조경제라고 생각한다"고 농담을 던져 행사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싸이가 "걱정하지 말라, 오늘은 한국 문화를 소개하러 왔지 노래를 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하자 다국적기업 CEO들은 '강남스타일'을 연호하며 노래를 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