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반기 대형 M&A 매물 쏟아지지만… 시장은 '시큰둥'

동양시멘트·쌍용건설·동부하이텍 등 매각 추진

경기침체 장기화에 투자 매력 낮아 매수세 잠잠

합병주 변동성 커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올해 하반기 매각을 목표로 한 대형 인수합병(M&A)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동부·현대·한진(002320) 등 정부와 채권단 주도로 계열사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집단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대형 매물이 제대로 소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M&A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출된 '구형'인데다 매각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어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동양시멘트(038500), 쌍용건설, 팬오션, 팬택, 동부그룹의 동부특수강·동부하이텍(000990)·동부당진발전 및 동부제철(016380)의 인천공장 등의 매각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안의 핵심축 중 하나인 동부하이텍은 이미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채권단은 이달 동부하이텍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도 포스코가 지난 24일 동부의 패키지 인수 검토 작업을 중단함에 따라 채권단이 경쟁입찰을 통한 개별 매각을 추진한다. 지난해 해운 시황 침체 등의 영향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오션(옛 STX팬오션)도 새 주인을 찾는다. 올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은 이미 채권단이 매각 방침을 밝혀 하반기에 매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올해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건설은 법원이 다음달 말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곧바로 M&A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준기 동부 회장이 금융 계열사만 남기고 비금융 계열사는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현대그룹과 한진그룹도 이미 계열사 매각이나 증자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어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 대상을 늘리고 상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에 M&A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보유한 매물도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두산그룹과 미래에셋PE가 소유하고 있는 방산업체 두산DST는 이미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재무구조 정상화 정책에 따라 공기업이 내놓는 자산도 줄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한국전력의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을 시작으로 다른 공기업도 자산 매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M&A 시장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매물로 나온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매수세가 잠잠하다. 철강·조선·건설·해운 등 업종은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이어지면서 생존경쟁에 들어간 상태이고 포스코의 동부제철 인수 과정에서 보듯 대기업조차 쉽게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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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이 풍부한 PEF 업계는 관망세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대상이 투자 가치가 있어야 '딜'을 할 텐데 대기업이 마지못해 파는 구조조정 매물은 투자 가치는 낮으면서 값만 비싸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EF가 투자금 모집은 성황리에 완료했는데 '딜'을 추진할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매물이 흥행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M&A 시장도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다. 상반기 M&A 시장의 주요 매물이었던 구조조정 매물에 대해 매각자와 인수자 간 입장차가 컸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동안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기업이 버틸 때까지 버텨왔다"며 "동부그룹을 계기로 한계에 달한 기업의 자산 매각과 자구계획 시행을 통한 구조조정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요 측면에서 보면 최근 국내 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PEF가 펀드 결성을 많이 하는 등 유동성이 넘치는 상태"라며 "PEF는 결국 펀드 만기 전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PEF 업계의 유동 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6조원가량이다.

주식시장에서 M&A 관련주는 주가 변동폭이 커 투자자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M&A 이슈가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일반 투자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인수합병에 따라 주가가 오르지만 장기적으로 합병 결과가 성공적일지는 잘 지켜봐야 한다"며 "일반 투자자가 인수합병을 기대하고 추적 매수하는 것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SK텔레콤에 인수된 아이리버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강한 매수세를 보였지만 내부 직원들은 주식을 내다 팔았다"며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성급하게 투자를 결정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M&A 매물로 나온 기업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시장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가격이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투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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