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채권단이 글로벌을 회생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채권단과 SK그룹, SK㈜의 최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 간의 힘겨루기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채권단은 SK그룹이 SK글로벌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희생을 해야한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SK㈜의 최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채권단ㆍSK그룹, 소버린 입장 차 현격=우선 채권단과 SK그룹은 SK글로벌을 회생시킨다는 총론에는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각론에 있어서는 입장차이가 현격하다.
채권단은 SK㈜가 SK글로벌에 대해 갖고 있는 매출채권 1조5,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SK텔레콤은 특정사업권을 주는 방식으로 글로벌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19일 총 대출 6조6,000억원 가운데 3조원을 출자전환 할 수 있다며 SK㈜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채권을 출자전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K그룹은 계열사 상거래 채권 등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실사결과 필요하다면 채권단과 협의하겠지만 신규자본 투입은 SK㈜ 등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이 같은 채권단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만원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장은 최근 에너지 판매와 정보통신 부문에서도 추가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SK㈜와 SK텔레콤 등의 매출 몰아주기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SK그룹은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풀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할 뿐 구체적인 출자전환 액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SK글로벌의 부실규모에 따라 출자전환 및 계열사 협력규모 등을 확정, 일주일 안에 자구안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섣불리 출자전환 규모를 밝힐 경우 주주는 물론 노조, 시민단체 등의 압력에 모든 것이 무산될 우려가 있으며 주가 급락은 물론 SK㈜의 대주주인 크레스트 증권도 반대에 부딪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소버린의 SK㈜ 경영간섭이 변수=한편 소버린자산운영의 경영간섭도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도 SK그룹이 적극적인 SK글로벌 회생방안을 제출하기에 부담스런 대목이다.
소버린은 최근 SK㈜가 SK글로벌 지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아 SK㈜의 재무상황을 필요이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며 사실상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소버린은 이어 만일 SK㈜가 과거와의 고리를 끊고 투명경영을 펼칠 것이라는 이전의 약속과 달리 과거의 경영관행을 계속 고집한다면 크레스트 증권은 지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처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버린의 압박에 대해 SK그룹의 입장이 최근 바뀐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결과가 주목된다.
당초 SK㈜의 최대주주로 소버린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했던 SK그룹측은 소버린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버린이 현 시점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지분을 팔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인데다 산자부에 의해 고발까지 당해 입지가 좁아진만큼 지분을 팔고 나갈 테면 나가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민수기자 mins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