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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청와대 업은 친박계 사퇴 종용
"최고위가 사퇴 일방결정 안돼"… 비박 초·재선모임 강력 반발
"나라 지키는 방법은 여러가지"… 유승민은 정면돌파 의지 내비쳐
국회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은 29일 하루종일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초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논의될 것으로 보였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하며 '거부권 정국'이 조성된 후 당 지도부가 처음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친박계의 사퇴 압박이 이어질 경우 유 원내대표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됐으나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이 명확한 이유 없이 회의에 불참했다. 당내에서는 제2연평해전 13주기를 추모해 열리는 회의인 만큼 정치적 발언을 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해석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김무성 대표는 "오늘 현장 최고위원회의의 주제는 메르스 극복과 연평해전이다. 협조해주기 바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등은 이날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오후 최고위를 앞두고 여당 내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하는 모임이 이어졌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동에서는 일부 책임론도 제기됐지만 전반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비박계 위주로 구성된 재선 의원 20명은 최고위를 1시간가량 앞둔 시점에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최고위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신임을 결정했던) 의총 결과에도 일부에서는 이를 무색하게 하면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최고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서·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에 참석하며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최고위원은 최고위에 참석하며 "지금은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만큼 유 원내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비박계인 김 최고위원도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당이) 깨지지 않겠느냐"며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친박계 안홍준 의원은 "자진사퇴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게 당과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며 "최고위·의원총회를 거쳐 수 싸움으로 이어질 경우 당내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최고위 결론 여부에 따라 의총 소집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박계 의원들은 주말 동안 의원총회 소집 정족수(16명)를 채우는 서명작업을 이미 마쳤다.
한편 당 안팎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는 과거 사립학교법 장외투쟁 당시를 언급하며 사퇴하지 않고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재정회계 투명성 제고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나라를 지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사학법 장외투쟁은 2005년 박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이던 시절 당시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던 사립학교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2개월 가까이 국회 등원을 '보이콧'했던 것을 뜻한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개방형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벌였다. 박 대통령은 이때 "사학법 투쟁은 나라를 위한 투쟁이다. 끝까지 간다"며 강경하게 국회를 보이콧했고, 결국 2007년 사학법은 재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