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지구화(Globalization)'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나 어느 정도 짐작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보자. 삼성의 휴대폰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서도 만들어진다. 직원 역시 한국 사람이 많기는 하겠지만 중국, 베트남 등의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을 비롯해 미국, 일본,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휴대폰이 소비되는 곳은 말 그대로 '세계'다. 한국은 몰라도 삼성(SAMSUNG)은 아는 타국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은 이런 연유다.
그러나 사실 '지구화'라는 현상은 국제정치·경제의 측면에서 보자면 결코 만만한 주제가 아니다. 아직 논쟁적인 이슈기도 하다. 지구화가 가속화됨으로써 결국 국가는 시들고 시장이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구화'는 별개 아니고 그렇기에 결코 국가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을 퇴출하지는 못할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로 경제사와 지리경제학을 통합해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연구해온 저자는 이 두 가지 시각에 모두 반대한다. 저자에 따르면 국가와 시장은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공생 관계이면서 역동적인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테면 많은 이들이 지구화를 통해 국가 통제의 상실, 국가 개입의 부재를 떠올리지만 사실 지금의 지구화를 창출하고 확대한 주역은 다름 아닌 국가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더불어 지구화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라는 것 또한 강조한다.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고 있는 현상이 2차 대전 이전 세계 경제에 존재하던 패턴이 재출현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지구 자본주의의 오랜 역사를 추적한다.
1994년에 초판이 나온 이 책은 대학 국제경제학이나 국제정치학 강의에서 교재로 많이 읽힌다고 한다. 번역본은 3판으로, 초판에는 없던 중국의 세계 시장 진입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대한 분석이 덧붙여졌다. 2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