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세월호 참사와 후임 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로 불거진 국론 분열과 국정 표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정 총리-최경환 경제부총리-김명수 교육부총리를 축으로 하는 2기 내각을 구성해 우리 사회의 적폐(積弊)를 해소하는 국가 대개조 작업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개혁의지와 도덕성을 겸비한 새로운 총리를 발굴해 국가개조에 나서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지 못한 만큼 향후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정표류 방치 안돼=박 대통령은 정 총리 유임을 통해 파행을 겪고 있는 국정운영을 조기에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세월호 참사와 총리 후보자 낙마사태로 민심이 극도로 이반되고 있는 만큼 조속히 2기 내각을 꾸려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지금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가 힘들고 인사청문회 통과도 확신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크게 작용했다.
◇국가 대개조 속도 낼 듯=박 대통령은 정 총리 유임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비정상화의 정상화, 적폐 해소 등을 통해 대한민국 대개조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집권 1년차가 국가운영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단계였다면 2년차에 접어든 올해부터는 실행방안을 마련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추진력과 정무각감을 갖춘 최경환 의원을 경제부총리에 발탁하고 교육ㆍ사회ㆍ문화부총리를 신설해 비(非)경제 분야를 총괄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청문회를 통해 새 내각이 구성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총리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비롯한 국정과제와 국가개조를 강력히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조직법, 김영란법, 경제 관련 법안 등 국정과제 이행에 필수적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고 여당은 물론 야당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만난 데 이어 조만간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 인사들과도 모임을 갖고 국정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책임총리·책임장관이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국정 현안에 대해 정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못하고 지시를 수행하는 역할에 충실했고 최 부총리도 친박 핵심인물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