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스펀 또‥" 세계가 깜짝

■ 美 금리인하 전격 단행'그린스펀의 속마음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점진주의자(gradualist)로 알려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1월에 이어 3개월여만에 또다시 전격 금리인하라는 깜짝 쇼를 연출하자 월가 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다. 지난 18일과 1월3일의 두 차례 금리인하 조치는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1달여 앞두고 단행된 데다 시장이 이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 3월중순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월가 전문가들은 최소 0.75%포인트 이상의 금리인하가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당시 FRB는 금리를 단지 0.5%포인트 인하하는데 그쳤다. 이번 주 들어선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고 증시도 상승, 5월15일의 정기 FOMC에나 금리를 내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FRB는 오히려 기습적으로 금리를 내려버렸다. 2번 모두 전형적인 충격요법으로 월가 전문가들의 체면은 이때마다 여지없이 구겨져버렸다. 장기호황을 거치며 과열기미를 뚜렷이 보인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역사상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는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중인 그린스펀 의장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경기하락시 FRB가 금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내려버릴 경우 당장 경기를 부양시킬 수는 있겠지만 경제에 거품을 확대시켜 차후에 더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또 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마저 사라지게 된다. 반면 금리인하를 주저하다 시기를 놓칠 경우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며 회복시기도 그만큼 미뤄지게 된다. 시장의 요구를 무턱대고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의 요구대로 금리정책을 구사하다간 경제정책에서 FRB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고 또 정책의 실효성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시장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증시하락으로 개인들이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 '역(逆) 부의 효과'가 나타날 경우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그린스펀 의장은 최대한 자신의 카드를 감춘 채 포커페이스를 보이다 시장의 허를 찌르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시기적절한 조치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그린스펀 전략의 성공 여부는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본격 반영되는 올 하반기 미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가름 나게 된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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