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롯데, 백화점카드 확장 무리수

롯데백화점이 독자 카드사업 진출을 앞두고 고객들의 타사 신용카드 결제를 교묘하게 기피하는가 하면 입점업체에 카드 강매를 강요하는 등 무리수를 일삼아 물의를 빚고 있다.특히 최근 롯데그룹이 신용카드업 신규진출과 기존 카드사와의 수수료 인하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카드 사용기피 움직임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사카드 결제 기피 회사원 김인호(32ㆍ가명)씨는 얼마 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백화점 직원이 김씨의 신용카드에 내장된 마그네틱선이 손상돼 결제가 불가능하다며 롯데백화점 카드를 쓰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럴 리 없다"면서 직원에게 다시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 마침 롯데카드를 가지고 있던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을 포기하고 롯데카드로 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의 행동을 미심쩍게 느꼈던 김씨는 백화점에서 나와 2시간 후 다른 곳에서 마그네틱선이 손상됐다는 카드를 사용해봤다. 그러나 그 카드는 아무 문제 없이 승인이 돼 사용할 수 있었다. 김씨는 "백화점 직원에게 마그네틱선 손상 여부를 확인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만약 신용카드가 한장 뿐이었고 롯데카드도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백화점카드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원 김병길(30ㆍ가명)씨는 지난달 롯데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더니 직원이 "손님의 카드에 문제가 있다"면서 "롯데카드를 만들면 5%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이 기회에 하나 만들라"고 강권하는 바람에 롯데백화점 카드를 만들어 결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드조회단말기를 생산하는 한국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는 "마그네틱선이 손상되지 않는 한 오작동률은 극히 낮다"며 "특히 백화점 같은 대형매장의 경우 조회기를 2~4대씩 두고 있어 여러대가 동시에 작동되지 않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좋다"고 밝혔다. 그는 "백화점측이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억지를 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입점업체 카드강매 롯데의 이 같은 행태는 롯데 강남점의 한 의류매장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이모씨에 의해 다시금 확인됐다. 이씨는 "매장마다 매월 적게는 3장, 많게는 30장까지 백화점카드 발급을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할당분을 채우지 못하면 행사 때 구석자리를 배정하는 등 영업상 심한 제약을 가해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을 속이고 백화점카드 만들기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에 개인할당량을 부과해 그 달에 채우지 못하면 다음달로 이월된다"며 "심지어 지난 여름에는 카드를 만들어 오지 못하면 여름 휴가도 보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전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 롯데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은 롯데가 만약 내년부터 카드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이 같은 협력업체 괴롭히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서영경 서울YMCA 팀장은 "가맹점이 특정 카드사용을 기피하거나 차별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면서 "백화점들은 지난해 수수료를 인하하고도 당초 약속과 달리 소비자에게 제대로 혜택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 팀장은 또 "최근 수수료 분쟁은 롯데가 카드사업 진출을 앞두고 시장 선점을 하기위한 방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막강한 자본력을 배경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임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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