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극우집단 배후 가능성… 유럽 '다문화 포용정책' 다시 도마에

노르웨이 90여명 사망 최악 테러<br>'이주민의 천국' 노르웨이서 극우주의 실체 드러나 충격<br>유럽내 진보-보수 세력들 '이민정책' 충돌 격화될듯


노벨 평화상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22일(현지시간) 극우주의 세력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연쇄 테러가 발생해 유럽대륙의 다문화 포용정책이 다시 논란에 오르게 됐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극우주의가 '이주민의 천국'인 노르웨이마저 삼키면서 반이민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30여km떨어진 우토야섬에서 개최된 집권 노동당 청소년 캠프 행사장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85명이 숨졌으며 이에 두 시간 앞서 총리집무실이 있는 정부 청사 부근에서 폭탄이 터져 7명이 사망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사망자 수가 최악의 경우 98명에 이를 것으로 밝혔다. 이번 테러는 2004년 191명이 사망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 이래 유럽에서 일어난 최악의 참사로 노르웨이 전역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범죄가 발생했다며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노르웨이 경찰은 이날 우토야 섬 캠프장 현장에서 노르웨이 태생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크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극우 성향을 지닌 보통 시민으로 반 이민을 주장해 온 노르웨이 현 야당 진보당의 당원이었으며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 동안 잠잠했던 유럽 내 극우세력이 테러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해 모습을 드러낸 점을 들어 향후 이들이 조직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테러도 친 이민자 정책을 펴온 옌스 스톨텐베르크 현 노르웨이 총리를 겨냥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경찰 당국은 이번 테러 배후에 거대 극우 테러집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용의자들이 단순한 반 이슬람집단을 넘어 신(neo) 나치 집단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유럽 언론들은 또한 이번 테러가 유럽내에서도 이민자 천국으로 불려온 노르웨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 동안 반 이민정서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실업률로 몸살을 앓아온 서유럽 ㆍ남유럽에서 주로 불거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정국에서도 막대한 무역흑자와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온 노르웨이에서마저 극우 세력이 실체를 드러내자 유럽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이번 테러는 노르웨이 순수함에 종말을 고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극우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면서 유럽 내부에서도 이민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무고한 인명을 숨지게 한 테러 행위를 규탄하겠지만 유럽의 진보와 보수 세력이 이민정책 및 다문화주의 방침을 놓고 어느 때 보다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대표적 진보 정당인 독일 녹색당은 22일 성명을 통해"범인의 이념적 배경이 극우주의라는 것은 인종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잘 보여준다"며 "이들이 우리 사회로 단 한 걸음도 발을 들여 놓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며 선제 공격을 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 정부는 이주민 유입으로 초래되는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계속해서 반이민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올해'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하며 취업비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고 프랑스는 올해 중으로 '이주민 출신 범죄인 추방법'을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FT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면아래 잠복해 있던 이민 논란이 유럽 대륙에서 다시 들끓을 것"이라며 "유럽 각국 정부도 이민 정책을 놓고 진보 진영과 치열하게 대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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