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택가로 파고든 카페·술집… 생활소음에 주민들 부글부글

제재 수단 마땅치 않고 당국은 '층간소음'만 관심

신고해도 사실상 방치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서촌 한옥마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직장인 이모씨는 이사온 지 6개월 만에 다시 이사 갈 집을 구하고 있다. 이웃집 한옥 카페로부터 밤낮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소음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집들이 붙어 있어 손님들 속삭이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인데 주말이면 사물놀이 등의 시끄러운 공연까지 하고 있다"며 "나뿐 아니라 이웃주민들도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직접 항의하는 것은 물론 구청·경찰 신고까지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번화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커피숍이나 음식점, 술집 등이 최근 주택가까지 파고들면서 생활소음 때문에 고통 받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15일 서울시와 각 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이나 종로구 옥인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가정집이 커피숍이나 음식점으로 바뀌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기존 주택이나 슈퍼마켓 등의 소매점을 커피숍이나 호프집으로 용도 변경한 경우는 용산구 62건, 종로구는 79건에 달했다.


조용한 주택가에 커피숍 등 상업시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며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는 추세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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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커피숍이나 술집(일반음식점) 등은 노래방이나 유흥주점과 달리 주택가에서도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원래 일반주택 용도의 건물이라고 해도 각 업종에 맞는 정화조 용량만 확보하면 구청에서 영업허가를 받는 일도 어렵지 않다. 한 구청 관계자는 "정화조 기준만 맞으면 특이사항이 없는 한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7~15일 만에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늦은 밤 시끄럽게 영업하는 것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생활소음 규제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법에 따라 제재를 받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서울시 생활환경과의 한 관계자는 "소음이라는 것이 지속해서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특히 손님들이 내는 육성일 경우는 더욱 측정이 힘들다"며 "민원이 제기돼도 대부분은 '주의하라'는 행정지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소음대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대부분 상업지구나 도로변, 아파트 층간소음 등의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같은 주택가 생활 소음 문제는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달 소음 민원 분쟁 해결을 위한 '소음민원해결사'를 발족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명동이나 홍대, 신촌 등 대표적인 상업지구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교수)은 "야간 주택가 소음기준은 40㏈이지만 밤에 영업하는 술집이나 음식점은 공사장 소음 수준인 80㏈ 가까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며 "50㏈ 이상 소음에 5분 이상 노출되면 수면장애가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는 만큼 주택가 소음문제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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