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글로벌 FTA구축 효과 가시화"… 유통·물류업체까지 '기웃'

[유럽기업 한국으로 몰려든다]<br>중국 위치한 다국적 기업들도 생산거점 한국으로 이동 조짐<br>인지도 상승·투자·M&A 통해 국내업체 경쟁력 향상도 기대




베니어∙합판 등을 생산하는 이건산업은 지난 2003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기존에 국내 본사로 공급하던 체제를 현지법인을 통한 수출전략으로 선회했다. 칠레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칠레가 발효시킨 FTA를 활용, 미국ㆍ유럽연합(EU) 등에 무관세로 수출됐다. 이를 통해 연매출을 1998년 722만달러에서 2008년 4,200만달러로 6배가량 증가시켰다. 칠레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의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도 등에 이어 오는 7월 EU와의 FTA가 잠정발효되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산업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거대경제권과의 FTA가 본격화되면서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유럽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는 것은 이건산업의 사례와 같이 한ㆍEU 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을 새로운 수출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한국공장에서 생산된 EU 기업 제품은 한국과 해당 국가 간에 FTA가 체결돼 있으면 EU가 FTA를 맺지 않았더라도 무관세나 관세인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업체들은 이러한 관세인하분을 수출원가 인하 및 딜러망ㆍ애프터서비스(AS)망 확대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역시 외투기업 유치를 통해 내수시장 확충 및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ㆍEU, 한미 FTA 등 우리나라의 글로벌 FTA 네트워크 구축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매력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국내 투자환경 개선과 함께 FTA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한 투자유인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기업 한국 투자 본격화=EU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까닭에 지난해 한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난 1ㆍ4분기 전년 동기 대비 48.5% 감소했던 것이 2ㆍ4 분기 들어 5월26일 현재 12.0% 줄어들 정도로 그 폭이 둔화추세다. 제조업의 경우도 2ㆍ4분기 같은 기간 전년 대비 9.5% 감소했고 서비스업도 -3.8%로 감소폭이 줄었다. 한ㆍEU FTA 잠정발효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FTA가 발효되면 투자를 진행할 때 내국민 대우나 최혜국 대우 등을 통해 국내산 비율 의무준수가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등의 각종 혜택을 얻는다. 서비스 분야의 투자 움직임도 활발하다. 법률ㆍ유통ㆍ물류 등의 분야에서 한국 시장을 기웃거리는 업체들이 많아졌다. 제조업에서는 지난주 6개 독일기업이 국내 부품소재전용공단 등의 현장을 방문, 투자여건을 살피고 돌아갔다. 벨기에의 솔베이사는 최근 특수화학 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크리스티앙 주르캥 솔베이사 회장은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순방 기간 중 면담을 갖고 투자환경 개선을 적극 요청했다. 또 아반시스ㆍ윌로ㆍ브로제 등 EU의 신재생ㆍ부품소재기업은 10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유럽 방문시 독일 베를린에서 5억1,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 및 투자신고식을 개최했다. ◇다국적기업들의 새로운 생산거점으로=가장 기본적인 FTA 효과는 관세감축에 따른 교역증대와 서비스 시장 개방이다. 그러나 한국이 FTA 허브로 부상하면서 한국을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다. FTA 발효를 계기로 아예 한국을 동북아시아 시장의 물류거점으로 삼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주한 EU상공회의소와 외교통상부ㆍ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자동차부품과 같은 유럽 제조업체의 관심이다. 스웨덴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국내에 생산거점 마련을, 이탈리아 자동차부품업체 S사는 국내 업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그룹의 자회사 '보쉬렉스로스코리아'는 3월 부산시와 2,000만유로(약310억원) 규모의 투자 MOU를 체결하는 등 대(對)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부품은 즉시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어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ㆍ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FTA 효과로 인해 일본ㆍ중국에서 이탈해 한국으로 생산설비를 옮기려는 해외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 위치하던 다국적 업체들의 경우 3월 발생한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가까우면서도 안전성이 높은 한국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됐다.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며 기술경쟁력도 갖춘 한국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에 위치한 기업들도 한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당초 중국에 투자하기 위한 가장 큰 이점은 저렴한 인건비다. 그러나 중국의 인건비가 크게 오르고 정부정책과 유통과정 등의 불투명성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한국으로 거점을 옮겨 FTA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경쟁국 대비 앞선 FTA 체결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할뿐더러 활발한 투자 및 M&A 등으로 국내업체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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