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리포트] 물 부족·지역사회와 갈등… 미 셰일혁명 역풍 만났다

엄청난 물 쓰는 셰일유전 가뭄 심한 텍사스 등에 몰려

매장량 1위 캘리포니아주도 물 모자라 개발업체 군침만

셰일 붐으로 주 세수 급증에도 환경오염 등으로 주민 반감 커

일부에선 '수압 파쇄법' 규제도


미국의 셰일 혁명이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위협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촉발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역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개발 지역이 미국 내에서 최악의 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시시피강 서쪽에 몰려있는 탓에 물 부족으로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환경 오염, 소음과 도로 파손, 지진 위험 등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고조되는 물 부족 스트레스= 2011년 이후 미국은 셰일 오일 및 셰일 가스 추출을 위해 텍사스주, 콜로라도주 등을 중심으로 4만개의 유정을 새로 뚫었다. 이들 유전은 지금까지 970억갤런(3,670억리터)의 물을 사용했고 절반 가량이 텍사스에서 소비됐다. 유정 한곳당 250만 갤런 가량이 소비된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물이 필요한 이유는 셰일 석유를 캐낼 때 물에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수압 파쇄법'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문제는 셰일 유전이 물이 모자라는 지역에 75%, 가뭄에 시달리는 곳에 55%가 몰려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물 부족이 급성장 중인 미국의 셰일 혁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국제연합(UN) 등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친환경 투자그룹인 세레스에 따르면 셰일 혁명의 중심지인 텍사스주의 경우 8,000개 이상의 유정이 '물이 80% 이상 부족'한 극심한 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콜로라도주, 캘리포니아주 지역은 대부분이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앞으로 셰일 업체들이 외부에서 물을 실어 나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물 부족은 추가적인 셰일 개발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텍사스, 콜로라도 등에 비해 현재 생산중인 셰일 유전수는 턱없이 적지만 매장량은 미국 내 1위이다. 특히 몬테레이 지역은 무려 37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질적인 물 부족에 개발 업체들이 군침만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1895년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올해도 심각한 가뭄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주 정부가 처음으로 수압 파쇄법에 대한 규제안까지 내놓았다.

관련기사



개발업체들이 지역 수자원을 싹쓸이하면서 외부 시선도 곱지 않다. 뉴욕주 공무원 연금펀드 등 주주들은 올 2월 엑손모빌, 셰브런, EOG 등 에너지 기업들의 연례 주총에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대의 제임스 패미글리에티 수리학 교수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셰일 개발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역 사회와 갈등 고조= 미 경기 침체에도 미시시피강 서쪽 지역의 인구와 가계 소득은 셰일 혁명에 힘입어 매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노스다코타의 일인당 소득은 7.6%나 증가했다. 미 평균치인 2.6%와 대비된다. 또 지난해 인구 증가 10대 카운티도 노스다코타,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 셰일 붐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스다코타 북서쪽의 윌리엄스 카운티 인구는 지난해 7월 현재 1년만에 10.7%나 늘었다.

하지만 외지인이 몰리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미시시피강 서쪽은 물이 부족해 과거에도 지역 농민, 지주, 산업, 주정부간의 갈등이 컸는데 셰일 업체 때문에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고 있다. 또 수압 파쇄 과정에서 지하에 물을 보유하고 있는 대수층이 오염되고, 지하수 난개발이 지하 단층선을 자극해 지진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세레스의 민디 루버 회장은 "셰일업체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다른 물 사용자와 충돌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대료 상승, 도로·철도 노후화 등도 대다수 지역민들에게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윌리엄스의 경우 방 한 개, 화장실 한 개를 가진 아파트 월세 비용이 최소 2,000달러에 이른다. 또 대형 트럭들의 잦은 왕래로 당초 농업용으로 설계된 도로가 망가지면서 농민들의 불만도 크다. 노스다코타주는 지난 2년간 도로 보수에만 23억 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스다코타에서 원유 수송 기차의 폭발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나아가 주정부 세수는 늘겠지만 에너지 산업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토박이 중산층의 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의 마이클 마도위츠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골드러시가 21세기 경제에서도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모델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잭 댈럼플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대부분의 주민들은 매우 조용한 생활에 익숙해 최근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세수 확보를 위해 더 많은 기업들의 진출을 원하지만 셰일 붐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투자를 선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