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 극적 회생이냐 디폴트(채무불이행)냐.’
그리스가 유럽연합(EU) 등의 구제금융 제공 조건이었던 재정 적자 목표치를 사실상 달성하지 못해 지원안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는 이달 중순까지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면 공공부분 임금 지급을 못하게 돼 국가 부도 사태에 이르게 된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정부가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어 당초 계획했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대폭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7월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대비 7.6%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재정적자 목표치를 당초 계획보다 0.9%포인트 늘어난 8.5%로 수정했다. 재정적자 규모는 총 187억 유로(252억 달러)로 앞서 예상했던 171억 유로 보다 확대됐다.
이는“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던 지난 7월 구제금융 합의 당시보다 경제 전망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그리스가 긴축 목표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그리스는 예산안 승인 후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공무원 감축인원을 2만명에서 3만명으로 늘리는 등 뒷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의 신뢰를 잠재우기는 역 부족이었다. 이날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주요증시는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감으로 동반 급락했다.
그리스 정부가 세금인상과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등 대규모 재정지출 삭감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승인했지만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경제재무 장관 각료이사회(ECOFIN)에서 이 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당초 3~4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EU재무장관회의는 오는 13일로 미뤄졌다. 그리스에 대한 6차 구제금융 80억 유로(약 12조8,000억원)집행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과 EU, 유럽중앙은행(ECB)등 ‘트로이카’실사단의 진입을 반대하는 그리스 시위대의 저항으로 실사를 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재무장관들은 오는 13일까지 구제금융 집행여부 결정을 미뤘다. 따라서 13일은 그리스의 국가 운명을 결정할 ‘마지노선’이다. 14일에는 그리스가 20억 유로의 국채 만기일이어서 13일까지 구제금융 지원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금고가 바닥’난 그리스는 부도를 선언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같은 날 이탈리아도 71억5,000만유로의 국채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그리스 사태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유로존 내 파장의 소용돌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3일부터 잇따라 열릴 예정인 EU 긴급 재무장관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EU정상회의 등에서 민간 채권단의 채권 손실 상각 비율 확대 등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 자체에 대한 조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유로존 관료의 말을 인용해 “EU회원국들이 추가적인 손실 상각을 위해 그리스에 더 강력한 긴축재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스에 대한 6차 구제금융 집행여부는 트로이카 실사단의 점검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13일 열리는 유로존 특별 재무장관회의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