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企 인력난 극복의 세 축


청년실업을 포함한 실업 문제와 함께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꽤 심각하다. 중소기업들은 "키워놓은 핵심 기술자들이 보다 좋은 처우를 제공하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고 현장 기능인력들도 외국인 고용허가제 때문에 길어야 5년 안에 고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기술ㆍ기능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중소 기계업체 사장들도 "특별교육을 시켜가며 2∼3년 공들여 잘 키워놓은 핵심 인력이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데 유리하다' '돈 더 주는 대기업으로 가겠다'는 데 속수무책이다" "내가 낳은 자식도 아버지 사업체에서 일을 배워 물려받지 않으려 한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 수급 대책·처우 개선 시급

지난 197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시대에는 기계ㆍ전자ㆍ화공 등 세부 산업 분야의 필요 인력을 중장기 예측, 특성화 공고 및 특성화 공과대학을 육성하고 이공계 고교ㆍ대학 정원을 조정하는 등 최소 5년 앞을 내다보는 범정부적인 인력 수급 대책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하게 이슈화됐음에도 적절한 대응책 없이 10여년을 허송,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기술인력 확보 경쟁과 절대적인 산업인력 부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1990년대 말께 적절한 처방과 정책을 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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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문 스스로도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과 사장이 공생, 동반성장하는 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보자. 수도권의 중소 기계 제조업체인 H사는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근 기계공고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우수한 고졸 인재를 채용해 핵심 인재로 키우고 있다. 퇴근 후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적 배려와 금전적 지원도 한다. 이 회사에는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많으며 이직자가 거의 없다. '사람이 곧 기업이다'라는 최고경영자(CEO)의 신념과 '(회사와 직원이) 더불어 살아가자'는 경영철학으로 직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H사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우수 장기 근속 직원들에게 자사의 판매대리점을 내주거나 협력사로 독립시켜주기도 한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건강과 가정을 희생하며 회사에 기여해온 직원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 회사가 보답해야 한다는 CEO의 신념과 강한 실천 의지, 내부 고객인 직원과의 상호 신뢰 덕분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유능한 기술ㆍ기능인력을 유치하고 조직의 핵심 인재로 성장시키려면 급여ㆍ근무환경 등 근로조건 개선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젊은이들도 대기업ㆍ공기업만 선호하기보다는 아버지 세대가 한 것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패기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발전과 회사의 발전을 동일시하며 스스로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발전시켜나가는 핵심 역할을 담당해나가면 어떨까.

대기업도 기술인력 빼가기 자제해야

중소기업에서의 기술인력 및 현장 숙련인력 유출은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과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중소기업들은 유럽발 재정위기와 유가 상승, 환율 불안 등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대처하기도 벅차다. 설상가상 대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은 중소 기계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순망치한(脣亡齒寒ㆍ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림,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온전하기 어려움)의 관계다. 중소기업이 안정적인 기술인력 기반을 가지고 우수한 기술ㆍ성능을 가진 부품을 공급할 때 대기업의 완제품 품질도 높아진다. 대기업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며 중소기업이 키워놓은 인력을 경력직으로 스카우트하기보다는 스스로 기술인력 양성에 동참함으로써 동반성장을 넘어 공생 발전하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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