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5년 7월31일 새벽4시, 카리브해. 11척의 단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초대형 허리케인 탓이다. 쿠바를 출발한 지 7일째이자 허리케인을 만나 육지로 접안을 시도한 지 이틀째, 강풍과 격랑ㆍ암초가 필사의 노력을 벌이던 선원 1,500여명의 목숨을 삼켰다. 태풍의 계절에도 항해를 강행한 이유는 재정고갈. 스페인 왕위계승전쟁(1701~1714년)으로 돈이 궁해진 왕실은 중남미 식민지에 금과 은을 보내라고 재촉했다. 군함뿐 아니라 민간선박까지 포함된 보물선단은 5일간 순항했으나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 침몰하고 말았다. 구명보트를 타고 오늘날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 부근의 뭍에 오른 선원들을 독사와 모기ㆍ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목책을 세우고 4년 동안 침몰지점을 뒤졌다. 바다에서 찾아낸 보물의 일부인 35만페소어치는 영국인 해적 헨리 제닝스에게 약탈 당했어도 스페인은 은화 500만개를 비롯해 적하목록에 공식 기록된 1,400만페소어치의 보물 가운데 절반가량을 건져 올렸다. 잊혀져가던 단이 화제로 떠오른 것은 2차 대전 이후. 민간에게 대량 불하된 군수물자인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해안에서 금화와 은화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보물을 쫓던 미국인 와그너는 10년 동안 도서관에서 옛 문헌을 뒤지고 비행기를 동원해 암초 사이에서 난파선을 찾아내 1959년부터 3년간 500만달러 상당의 금화와 은화, 중국산 도자기를 인양했다. 일확천금의 꿈을 이룬 와그너가 보물 사냥꾼들에게 들려준 한마디. ‘보물선을 찾으려는 노력과 땀ㆍ세월을 다른 곳에 투자한다면 훨씬 더 성공할 것이다.’ /권홍우ㆍ편집위원 알립니다. ‘오늘의 경제소사’ 연재를 8월부터 잠정 중단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