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현재 정책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75%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추가 정책금리 인하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빠른 고령화로 잠재성장률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오랜 기간 개발과 성장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수준이 낮아진 것도 수요가 기본적으로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이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인 통화완화 움직임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선진국들이 0%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높은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게다가 1% 미만으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수준 등을 감안하면 정책금리 추가 인하 조치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주택을 갖고 있거나 부채가 적잖은 입장에서는 정책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정책금리 인하 조치가 이뤄지면 주택가격이 상승하거나 이자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정책금리 인하 조치가 가계 소득증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이자율 하락은 자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의 가격 역시 상승동력을 잃게 된다. 즉 저금리 현상은 임금소득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전세가격 상승 역시 금리하락으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세보증금을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더 높은 금액을 보증금으로 요구하는 셈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12년 6월에 저축성 수신금리는 3.63%(신규 취급 기준)였으나 올 3월에는 1.92%까지 하락했다. 같은 금액의 전세보증금을 은행예금에 넣어놓았을 때 운용수익이 3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수익을 내야 하는 집주인은 더 높은 전세보증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금리인하 조치 이후 가계는 더 많은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빠른 임금인상이나 고용시장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부담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리나 환율과 같은 시장가격의 변동은 부의 분배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부의 재분배가 나타난다. 미국의 가동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실업률은 여전히 금융위기 전에 비해 높다. 오랜 기간 저금리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임금인상이 매우 어려운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진국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해서 새로운 분석을 시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