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외국기업 "세계서 가장 강력한 규제… 비용 부담 크다" 우려

■ 화평법 WTO 분쟁으로 비화 조짐<br>정부 소량물질 등록 간소화 등 시행령 개정 통한 수위 조절에<br>업계 "본질 외면한 땜질" 불만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ㆍ스위스ㆍ중국ㆍ일본 등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화평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화평법 개선안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WTO 제소 등 국제무역 이슈로 확산될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평법의 문제점이 국내 기업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어떻게 화평법을 개선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이 화평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진출한 자국 기업 역시 법 시행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센 화학물질규제인 유럽의 리치(REACH)보다 더 엄격한 것이 한국의 화평법이라는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문제는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화평법을 완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역시 산업계에서 본질은 그대로 둔 채 일부만 바꾸는 '땜질처방'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 화평법 이슈가 국내가 아닌 국제무역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 및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국 기업, 지적재산권 침해, 기업 부담 크다=외국 기업들이 화평법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 역시 국내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국적 화학회사의 한 관계자는 "화평법이 당초 안대로 시행되면 연구개발과 제품개발이 늦어지고 지적재산권이 침해 받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외국 전자회사 관계자도 "세계 각국이 화학물질규제법을 운영하고 있고 이것들이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문제는 한국의 화평법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 진출한 국내 모 대기업의 경우 화학물질 관련 법에 대응하기 위해 10월 중순까지 6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등 화학물질법은 기업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도내에 많은 외국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 역시 화평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이들 역시 과도한 비용 부담, 연구개발활동 지장,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점으로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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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한국 주재 외국 상공회의소들은 국내 화평법 논의사항을 시시각각으로 모아 자국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국 정부가 WTO 등 강력한 루트를 활용해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1년부터 여러 국가들이 화평법에 대해 WTO에 우려를 표명했고 이런 가운데 미국이 올 6월 WTO에서 다시 우려를 표명한 것 등이 단적인 예다.

외국 기업이 화평법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는 것은 ▦소량물질 등록 의무화 ▦연구개발용 화학물질 등록 면제조항 삭제 ▦화학물질 정보 제공 의무화 등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지적하는 문제점과 다르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화평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소량물질 등록을 위한 시험분석비용만 8년간 13조원에 이른다.

◇정부 화평법 수위 조절, 기업들 만족시킬까=재계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은 연구개발 목적의 화학물질 등록 면제, 소량 화학물질 등록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은 그대로 시행하고 대신 시행령에 이 부분을 넣어 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산업계는 이 같은 정부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시행령 개정이 아닌 법 개정 자체를 요구했다. 법을 개정하는 것이 확실하고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시행령 개정방안 역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 관계자는 "아직 연구개발 면제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영업비밀과 관련해 제조ㆍ수입량을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과 관련해 정부가 어떻게 구체적인 안을 확정할지가 문제"라며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지만 외국계 화학회사들 대부분도 화평법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당정이 소량물질 등록 간소화, 연구개발물질 면제와 관련해 의견을 모은 것에는 환영한다"며 "하지만 원활한 생산활동을 위해서는 한층 완화된 등록 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 화평법 개선안에 대해 어떤 최종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국제무역 이슈 확산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법 개정 자체가 확실하다"며 "시행령 개정으로 산업계 및 외국 기업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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