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헌법을 부활시키기 위해 열리고 있는 EU 정상회의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거의 결론에 도달했다'고 낙관하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어떤 진전도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21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간 입장 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회의의 순회의장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헌법을 대체할 새 조약 초안에 합의해줄 것을 동료 정상들에게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부결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국민투표를 피하기 위해 아예 헌법이란 이름을 버리고 기존의 EU 창설 조약을 단순히 개정한 '미니조약'의 형태로 새 헌법안을 체결하는 방안을 관철시킬 계획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27개 회원국의 정책 일관성과 유대를 한층 강화할 새 조약 초안을 관철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러나 영국과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 4개 회원국들이 이견을 제시해 섣부른 관측이 힘든 형국이다. 회의장 주변에서는 회의가 하루 연장될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은 경찰ㆍ사법분야 공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4개항의 예외 인정을 요구했다.
폴란드는 인구 등에 기반을 둔 '이중 다수결제' 도입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중다수결제는 EU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역내 인구의 65%와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주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인구 3,600만의 폴란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과거 침략국의 악연을 지닌 역내 인구 1위국 독일(8,000만명)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폴란드 총리는 나치 독일에 의해 많은 폴란드 국민들이 죽은 만큼 폴란드는 현재 인구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걸림돌은 EU에 초국가적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와 국기, 공휴일 등 상징물에 관한 조항이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은 푸른 색 바탕에 황금별 12개가 새겨진EU 기(旗)나 EU의 노래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의 채택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이것 모두가 포기될 전망이다. 상징물을 받드는 것이 자칫 강력한 '유럽 전체주의'를 연상케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들은 키프로스와 몰타를 내년 1월1일자로 유로화 단일통화지역인 유로존에 가입토록 하는데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