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설의 스포츠카' 숨겨진 질주본능 살아났다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 몰고 아우토반 달려보니…<br>괴물 포효 같은 엔진음·순식간에 시속 100km<br>국내15대뿐…마니아들에겐 '꿈의 자동차' 군림



지난 24일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의 최종 결승전이 열린 전남 영암 서킷. 폭발적인 성능을 뿜어내는 24대의 F1 머신들을 인도하기 위해 선두로 달리는 한 대의 스포츠카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 주인공은 바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초특급 슈퍼카 'SLS-AMG'.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투입되는 '세이프티카(Safety Car)'의 임무를 맡은 SLS-AMG가 시속 320km를 넘나드는 F1 머신들 속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서킷을 질주하자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SLS-AMG의 시승회는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SLS-AMG는 지난 7월 국내에도 첫 선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고객에게 인도돼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고 있는 건 15대가 채 되지 않아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던 게 사실. 그렇기에 이번 시승행사에 거는 기대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메르세데스-AMG의 슈투트가르트 본사 앞에서 SLS-AMG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내 안에 숨겨진 질주본능이 하나 둘 눈을 뜨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SLS-AMG는 지난 1950년대를 풍미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설적인 스포츠카 '300 SL'의 혈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모델. 마치 갈매기가 날개를 펴듯 위로 젖혀지며 열리는 '걸윙(gull wing) 도어'에서부터 차체 길이의 절반에 가까운 긴 보닛과 세 꼭지 별 엠블럼이 들어간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이르기까지 스포츠카의 원조라 불리는 300 SL의 특징을 그대로 빼 닮아있다. 차문을 위로 젖히고 운전석에 앉는 일부터 결코 만만치 않다. 차체의 높이가 키 큰 성인남성의 허리 높이 정도인 1,260mm 밖에 되지 않는 탓이다. 타고 내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시동버튼을 누르는 순간 특유의 엔진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며 운전자의 심장박동을 재촉한다. 서서히 AMG 본사를 빠져 나와 슈투트가르트 시내로 접어들자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이 모두 시승차량으로 꽂힌다.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독일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 현지에서도 쉽게 구경할 수 없기 때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뒤로 하고 시내를 벗어나 아우토반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제야 슈퍼 스포츠카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다. 가속페달을 밟자 괴물의 표호와도 같은 엔진음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선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8초. 하지만 체감속도는 이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계기판은 눈 깜짝할 새 시속 200km를 가리키고 있지만 차체는 큰 흔들림 없이 도로를 내달린다. 시속 120km를 넘어설 경우 트렁크에 내장된 리어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작동, 차체를 안정적으로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AMG 전 모델에도 최초로 적용된 알루미늄 바디는 SLS-AMG의 또 다른 비밀병기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을 사용해 총 중량을 1,700kg까지 낮춤으로써 스포츠카의 생명인 속도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아우토반을 빠져 나와 아름다운 산맥으로 유명한 스웨비쉬 프랭키쉬 왈드의 나무숲 언덕을 올랐지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가뿐히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여기에 AMG 6.3ℓ V8 프런트 미드 엔진과 7단 스포츠 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66.3㎏ㆍm의 그야말로 괴물 같은 성능을 뽐내며 슈퍼카의 계보를 잇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해 2억6,000만원, 카본 패키지를 적용한 모델은 2억8,900만원. 웬만한 집 한 채 값과도 맞먹는 금액이지만 지난 7월 국내 출시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 30대가 모두 동이 날 만큼 자동차 마니아들에겐 '꿈의 자동차'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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