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고령자, 장애인 등에 대한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수익 창출을 꾀하는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견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사회적기업진흥원 출범으로 사회적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담조직이 탄생했으며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사회적기업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고 대기업들도 사회적기업 설립에 나서면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립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갖춰야 지속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지원이 끊긴 다음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기업 기반 확대=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수는 501개다. 이는 지난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실시되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실시한 첫해 54개였던 사회적기업의 수가 4년새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고용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은 예비사회적기업의 수가 1,600여개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공식적으로 활동을 인정받는 사회적기업은 2,100여개에 달한다. 종사자수도 크게 늘어 2007년 2,539명에서 지난해 1만3,535명까지 증가했다. 취약계층 종사자도 2007년 1,403명에서 지난해 7,850명으로 확대됐다. 고용부는 2012년까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곳을 1,0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분기별로 실시해오던 사회적 기업 인증 등을 연중 상시 실시하는 것으로 바꿔 인증에 참여하는 기업의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늘면서 일부 그룹들은 몇 년전부터 관련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으며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어 사회적기업의 토대는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삼성그룹은 사회적기업인 희망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희망네트워크는 취약계층의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에 지도교사를 파견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이지무브를 설립했으며 SK그룹과 교보그룹은 2007년에 각각 행복도시락과 교보다솜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세웠다. 이들 기업은 현재까지 활발한 사회적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활동 참여와 관련해 주요 대기업들로 구성된 협의체가 활동중"이라며 "대기업들로부터 사회적기업 설립 등에 대한 문의도 많이 오고 있어 대기업의 사회적기업 설립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년들, 사회적기업 설립에 높은 관심=높은 연봉을 받는 직업을 갖는데 열중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일을 통해 봉사를 하려는 젊은 청년이 늘어나면서 대학가에서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연구하고 실제 사업을 펼치는 동아리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정부가 주최하는 관련행사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의 열기도 뜨겁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 서울시내 주요대학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사회적기업 관련 동아리들이 잇따라 생겼다. 지난해 6월 모임이 시작된 SEN(Socaial Enterprise Network)연세의 경우 10여명의 연세대 학생들이 모여 활동을 하고 있다. 올들어 학교에서 동아리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고 추가로 신입회원들을 모아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박종욱(24)SEN연세 회장은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제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공부를 해왔는지 알게 됐다"며 "주위의 친구들이 높은 연봉을 꿈꿀 때 저는 사회적 구조문제로 소외되고 있는 계층에게 혜택을 나눠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지난해 주최한 소셜벤처 경연대회의 경우 630여개팀이 참여해 열띤 경쟁을 펼친 것을 보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젊은층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도 이런 분위기의 확산을 위해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1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600명의 사회적기업가를 키워낸다는 방침이다. 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2~3월 중으로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할 위탁운영기관을 공모 선정한 후 3~4월에 4~6명으로 구성된 참여팀의 사회적기업 사업계획서를 제출 받아 320팀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지원 벗어나도 지속 생존 가능한 모델 갖춰야=사회적 가치 실현과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이라는 다소 상충돼 보이는 두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는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이 크게 나기 힘든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제대로 활동하고 자립하는 데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야 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에 무조건 의지하긴 보단 경영혁신을 통해 자구책을 강구하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영업활동을 강화해 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을 보면 아직까지 대다수의 사회적기업이 초창기 기업단계에 머물고 있고 대부분 정부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2008년 사회적기업 성과분석에 따르면 사업비의 30% 가량은 정부 등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고 사업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 5년간 정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지원금이 없다면 기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올해 12월말까지 68개 기업의 사회적기업 인증 혜택이 만료돼 정부 지원금이 끊기는 만큼 이들이 앞으로 정부 지원 없이 제대로 잘 운영돼 나가는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지원이 인건비 분야에 편중돼 있어 즉각적으로 고용을 확대하기는 쉽지만 사업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비는 부족한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일부이긴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의 인건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는 사람도 등장하고 있다. 한 사회적기업의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후 주위로부터 문의전화를 많이 받는데, 어떻게 하면 인건비를 보전받을 수 있는 지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소개했다. 고용부는 앞으로 100억원 규모로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를 설립해 인건비 외의 재정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며 진흥원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컨설팅과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회적기업에게 각종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 등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지역의 사회적기업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 사회적기업인큐베이팅 센터 등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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