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 인사이드] 대형마트 PB 도입 10여년

롯데 와이즐렉 제품·이마트 '세이브 스낵' 등 히트상품<br>수 백 차례 테스트 거쳐 "품질도 NB에 뒤지지 않아"<br>일부선 중소제조사 브랜드 붙여 협력사와 상생에 기여<br>싼 만큼 실망스러운 상품도… "꼼꼼히 따져 구입해야"





값은 낮추고 품질은 높이고… "이젠 주력상품으로"
구색 맞추기용 수준 넘어 1등 제품 수두룩… 본격 도약기 진입
'이마트 베스트, 스마트 이팅, 홈플러스 알뜰상품, 롯데마트 와이즐렉, 베이직아이콘…….' 현재 국내 대형마트 3사가 판매하고 있는 PB(Private Brand : 유통업체 브랜드)의 이름들이다. 지난 1997년 이마트가 '이플러스 우유'를 처음 선보이며 탄생한 국내 PB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유통업체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PB는 제조업체 브랜드인 NB(National Brand)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 ▦직접 생산해 판매하거나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는 제품을 뜻한다. PB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제품보다 저렴하다는 것. NB제품 보다 평균 20%, 일부 상품은 최대 50%까지 저렴하다. 때문에 요새 처럼 생활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눈이 PB쪽으로 쏠리는 게 당연하다. "불황이 왔을 때 PB가 성장한다(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장)"는 말대로 PB가 국내에 도입된지 10여년만에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홈플러스에서 판매중인 주요 PB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유아용품 은 79%, 세제는 34.9%나 뛰는 등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 '저렴한 가격부터 상생까지'본질 살린 PB의 힘=대형마트에서 PB는 단순히 구색 맞추기용 상품의 수준을 넘어서 이미 인기상품으로 올라선지 오래다. 심지어 제조업체들이 만든 베스트셀러 제품을 누르고 판매 1위를 차지한 제품들도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제품. 롯데마트가 '잘 풀리는 집' 화장지로 유명한 화장지 전문 생산업체인 미래생활에 의뢰해 만든 와이즐렉 미용티슈는 동종 NB제품보다 40% 싼 가격을 앞세워 월평균 7만4,000여개가 팔려나가며 현재 미용티슈 상품군 가운데 부동의 판매량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와이즐렉 프라임 우유도 최상급인 1등급A 원유에 비타민을 첨가해 품질이 뛰어난데다 비슷한 NB상품 보다 15%까지 저렴해 출시 2개월 만에 기능성 우유 카테고리 중 매출 1위로 올라선 대표 히트상품이다. 김성규 롯데마트 PB개발팀장은 "매년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 열리는 상품 박람회를 찾고 고객 CRM 데이터까지 분석하며 최신 유통 트렌드를 찾아내 여기에 맞는 제품 혁신에 나선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마트에서는 1년 동안 1,000~2,000여개에 달하는 PB제품이 등장하고 또 사라진다. 경쟁력 없는 제품은 바로 솎아내기 때문이다. 이마트에서는 '세이브 스낵'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콘칩과 통감자, 고구마칩 등 3종으로 나온 이 제품은 한 봉에 각각 1,780원으로 같은 종류의 NB제품 보다 무려 40%나 저렴해 현재 이마트 스낵 코너 판매 순위 1~3위를 모조리 휩쓸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싼 가격만으로 고객의 눈길을 끈 것은 아니다. 출시 이전부터 제조사와 함께 수백 차례의 테스트를 진행한 것을 포함해 출시 한 달 전부터 이마트 사내 맛 평가단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열어 '맛에서 NB에 뒤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은 뒤에야 제품을 내놓은 것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처럼'맛'에 관해 엄격한 이마트는 2008년부터 전략적으로 판매중인 간편 가정식(HMR)의 경우 서울시내 맛 집을 찾아다니며 비법을 찾아내는 전담 팀을 따로 두고 제품 출시 전에는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까지 직접 맛을 볼 정도로 깐깐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덕분에 HMR 제품은 매년 40~60%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거둘 정도로 인기다. 협력사와의 상생과 같은 사회적인 의미를 부각시킨 PB도 눈에 띈다. 2009년 론칭한 롯데마트의 PB '롯데랑'은 브랜드 자체가 중소업체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유통사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일반 PB와는 달리 중소제조사의 로고가 전면에 표시되는 것이 특징인 이들 제품은 지난 해에만 5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가며 중소업체의 판로 개척에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중소기업이던 꽃샘종합식품과 보국전자를 PB 납품업체로 낙점한 뒤 중국 테스코 매장까지 물건을 대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시킨 전례가 있다. 이 밖에 지난해에는 '착한 소비'를 상징하는 공정무역 커피도 롯데마트 PB상품으로 판매되는 등 국내 유통업체들의 '좋은 PB' 발굴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싼게 비지떡' 실망스러운 PB도=이처럼 PB의 장점이 많기는 하지만 반대로 소비자들이 PB를 선택하기 꺼려지게 만드는 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다. '싼 가격'이라는 PB 최고의 장점이 여러 부분에서 NB보다 떨어지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게 하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제품에 첨가된 주요 성분비가 NB보다 떨어지는 PB제품들도 눈에 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이마트 비엔나PL 제품의 경우 돼지고기 함량이 85.79%로 대표적인 NB 제품인 CJ비엔나 보다 약 4% 더 적다. 값은 두 제품이 각각 100g 당 750원과 758원으로 이마트 비엔나가 더 저렴하지만 그만큼 성분에 차이가 있는 것.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골드카레(약간매운맛)도 카레분 함량이 8.4%로 오뚜기카레(동일)의 10.0%보다 더 적은데다 카레분의 주재료인 강황의 원산지도 일본과 말레이시아(와이즐렉)로 인도가 원산지인 오뚜기카레와 차이가 났다. 홈플러스가 내놓은 알뜰상품 참치 통조림 제품과 NB제품인 동원참치 역시 다랑어 함량비가 각각 76.7%와 79%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측은 "대형 할인점들이 PB상품이 단순한 저가 상품이 아니라 NB보다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세우는 만큼 주요 성분 함량이 차이가 나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말했다. 특히 대형마트들이 취급하는 '프리미엄급' PB의 경우 가격은 일반 PB보다 높지만 품질 면에서 오히려 NB보다 높은 경우도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은 PB가 '돈 값을 한다'는 생각으로 구매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다른데 상품이 완전히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바람일 뿐"이라며 "싸다고 무조건 구입하기 보다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식품 안전사고도 큰 문제다.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롯데마트PB인 '와이즐렉 프라임 쥐치포'에서 허용기준치를 넘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 데 이어 이마트 튀김가루에서 쥐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돼 판매금지 조치된 적이 있고(5월), 이마트와 킴스클럽마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옥수수전분 PB에서 이산화황이 과다 발견되는가 하면(6~7월) 같은해 11월에는 롯데마트PB인 와이즐렉 밀크아몬드 초코볼과 짱구 쿠키치즈볼, 콩사탕에서 세균 또는 금속성 이물질이 발견돼 회수되는 등 대형마트 PB에서만 9건의 문제가 발생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지난해 관련 사고가 잇따라 내부적으로 대형마트PB를 집중관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대형유통사의 브랜드를 믿고 PB를 찾는 고객들이 많은 만큼 PB관련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제품보다 그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내부적으로 수백항목에 달하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PB생산을 위탁한 협력사 공장을 수시로 체크하는 등의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100% 막아내기란 힘든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PB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마케팅 비용 등의 가격 거품을 없애기 보다 원가에 집중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며 "마진을 높이기 위해 제품 원가 자체를 줄이다 보면 PB의 품질 저하라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트 3사 PB 품목 4만여개… 전체 매출의 1/4 넘어
저가·고급형등 다양한 가격대로 소비자 공략 최근 두드러진 국내 대형마트들의 PB 확대 움직임은 더 높은 이익을 내기 위해 업체들이 기울이는 노력의 일환이다. 백인수 롯데유통전략연구소장은 "고마진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PB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같은 종류의 NB상품 보다 10% 더 높은 마진을 거두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NB제품 보다 통상 20% 더 저렴하지만 중간 유통과정이 생략되는데다 NB제품 론칭 때 드는 마케팅비용 등의 별도 비용이 모두 사라지는 만큼 오히려 '알짜 매출'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만 해도 37개 브랜드 1만9,200여개 품목에 그쳤던 대형마트 3사의 PB제품 수는 현재 40개, 품목수는 무려 4만500개로 급증했다. 매출도 PB 도입 초기였던 2006년과 비교했을 때 6배(이마트) 넘게 성장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미 1/4을 넘겼다. 이 기간 PB의 진화도 눈부시다. 김성규 롯데마트 PB개발팀장은 "2000년대 초반 PB제품은 NB제품에 단순히 유통업체 로고를 붙이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상품 기획과 제조까지 전부 협력사에 일임했기 때문에 이때는 단순히 'NB보다 싸다'는 이점 외에 PB만의 장점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는 것. 이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유통업체가 제작을 주도하는 PB가 등장한다. 상품의 '스펙'을 꼼꼼히 따져보는 똑똑한 소비자가 등장한 것이 큰 이유다. 품질도 눈여겨보는 이들의 입맛에 맞춰 대형마트 PB는 가격대와 품질에 맞춰 세분화됐다. 그 결과 현재 대형마트 3사는 '베스트, 이마트, 세이브'(이마트), '프리미엄, 좋은상품, 알뜰상품'(홈플러스) 등 가격 소구력이 강한 저가형 PB와 품질을 우선한 고급형 PB 라인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유통업체들이 직접 제품 기획에 참여하기 위해 아예 자체 인력을 파견하거나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백인수 소장은 "유통업체마다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는 수단으로 PB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업의 특성상 소비자 트렌드를 잡아내는 데 제조업체 보다 뛰어나다는 점도 PB 제조과정에서 유통업체의 입김이 커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PB시장의 성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장은 "해외의 경우 유통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PB비중이 미국은 50%, 유럽은 최고 80%에 달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10%대에 그치는 만큼 성장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의 PB는 가격 소구형 보다 고품질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정미 홈플러스 그로서리상품본부 바이어는 "일반 상품보다 더 나은 프리미엄급 PB 개발로 가는 추세"라며 "소비자들도 무조건 저렴한 것을 사기 보다는 품질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높아져 인지도 향상을 위해서는 고급 제품으로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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