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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 밝은 한 고위소식통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달라졌다"며 "뭔가 작심한 것 같다는 말이 그룹 사람들로부터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외부 컨설팅 회사를 통해 금융사 등 특정 부문의 미래 설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금융사를 중심으로 10년 앞을 내다보는 새로운 '블루프린트'를 구상해 본격 실행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해까지가 지배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1단계 변신이었다면 지금은 그룹 하드웨어(외형)를 확장·변화시키는 2단계 변신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미 관련 시나리오를 그룹 핵심부에서 모두 그려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이 확실히 달라졌다. 더 빨라졌고 보다 역동적이며 훨씬 과감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사실상 마무리 짓고 삼성의 미래를 위한 개혁 드라이브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재용식 '삼성 변화 버전 2.0'인 셈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 변화 버전 2.0의 특징은 '스펙(SPEC)' 확장으로 표현된다. 속도(Speed)와 역동성(Energetic), 과감성(Challenge)을 통해 삼성의 외형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선 미래 먹거리 발굴 속도가 빨라졌다. 삼성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가 총 8건의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 2012~2013년 2년간의 M&A 건수와 맞먹는다. 삼성은 올 들어 두달 만에 심프레스, 루프페이, 마그나슈타이어 배터리팩 사업 부문 등 3개사를 인수했다. 구글·애플 등에 비해 신사업 확보를 위한 M&A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행보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사물인터넷(IoT)과 기업간거래(B2B) 등 신성장동력으로 꼽는 분야에서 내부 기술만으로는 주도권을 쥐기 힘들다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가져오고 이를 통해 그룹 전체에 역동성을 불어넣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축소경영의 위기감이 감돌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확대경영을 키워드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이미 금융 부문에서 해외의 굵직한 매물에 대한 M&A 작업을 상당 부분 진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