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정부 R&D 이젠 선진국형으로


과학기술이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경쟁력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의해 좌우된다. 정부의 R&D 예산은 지난 2005년 7조8,000억원에서 올해 16조원으로 매년 10%가량 증가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세계 3∼5위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R&D 예산은 약 16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4%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신규 R&D를 통해 미래 기술을 확보하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R&D 예산 증가율을 최소한 예년 수준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기초연구 비중 50% 수준으로 확대

기초ㆍ원천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는 주로 한국연구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행한다. 올해 재단의 연구비는 약 3조2,000억원 규모이며 이 중 개인연구지원사업의 기초연구비는 8,000억원으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ㆍ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R&D 예산 가운데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8.8%(개발연구 49.0%, 응용연구 22.1%)로 선진국의 40∼50% 수준에 비해 매우 낮다. 창조적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우려면 반드시 정부 지원 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기초연구가 원천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부 R&D 예산 중 기초연구에 더욱 과감히 투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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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지난해 기초연구지원사업으로 총 1만264개 과제를 지원했으며 연구계획서 평가, 선정된 과제의 중간평가, 최종평가 등에 1만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초연구지원사업의 평가와 사후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대다수 연구자들은 정부 30개 부처의 R&D 관리에서 전문성ㆍ공정성이 가장 앞서는 사업이 기초연구지원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초연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연구자를 괴롭히는 까다로운 단계평가나 최종평가에 비효율적으로 막대한 인력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대부분의 선량한 연구자들을 믿고 연구자의 창의적ㆍ자율적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단이 올해 '한국형 그랜트(grant)' 제도를 도입, 일반연구자지원사업에서 최종평가를 생략하고 후속과제 신청 시 논문 등 성과물에 대한 질적 평가로 대체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나라는 극심한 혼란과 빈곤에 허덕이던 1960∼197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중흥정책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대덕연구단지 설립, 공업단지 조성 등으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970년 255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결과 2006년 1만9,722달러로 늘어났다.

추격형에서 창조형으로 재빨리 전환해야

그러나 그 후 2만달러 근처에서 맴돌며 확실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중진국의 덫'에 갇혀 있다. 이 덫에서 탈출하려면 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을 '추격형'에서 '창조형'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종래 개발연구 중심의 정부 R&D 투자 전략도 창조적 기초연구 중심의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는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 후손이 좀 더 풍요롭게 살고 세계에서 좀 더 영향력 있는 국가로 우뚝 서려면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 R&D 예산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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