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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 완화·금리 인하로 실수요보다 투자자금 대거 유입
최근 수도권 청약 11곳중 강남재건축·위례 4곳만 웃어
지방도 알짜단지 아니면 참패
건설사들 시장 분위기 편승해… 공급 늘릴땐 미분양 급증 우려도
'1.59대1' vs '139대1'
지난달 30일과 1일 각각 1·2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성북구 '보문파크뷰자이'와 위례신도시 '위례자이'의 평균 청약경쟁률이다. 두 단지 모두 같은 '자이' 브랜드를 달고 나왔지만 청약 결과는 크게 엇갈렸다. 471가구를 일반에 공급한 보문파크뷰자이의 총 청약자 수는 750명으로 위례자이의 한 타입(101㎡B)에 몰린 2만5,525명의 3%가 채 되지 않는다. 위례자이의 총 청약자 수인 6만2,670명과 비교하면 1.19% 수준이다. 잠실동 P공인의 한 관계자는 "희소성이 높아 돈이 될 만한 단지로 꼽힌 위례자이에만 사람들이 몰린 결과"라며 "청약시장 분위기가 좋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단지에 한정된 얘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정 단지의 청약 쏠림 현상으로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1순위자 요건 확대 등을 담은 '9·1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실수요보다 투기나 투자 수요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일부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은 건설사들이 연내 신규 분양물량을 쏟아낼 경우 미분양이 쌓이면서 주택시장 침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남 재건축·위례만 웃은 수도권 청약시장=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가을 분양이 본격화한 지난 9월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청약을 받은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총 11곳으로 이 중 4개 단지가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9월 미사강변도시 A8블록 공공분양(1,389가구)이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데 이어 10월 첫째 주 위례신도시 '위례자이', 서울 서초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2차'가 잇따라 1순위에서 마감됐다. 위례자이의 경우 200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으며 래미안서초에스티지와 아크로리버파크2차 역시 각각 71대1, 14.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수도권 내 나머지 7개 단지는 대거 미달 사태를 빚거나 3순위에서 마감에 겨우 성공했다. 수원 권선지구에 1,580가구를 공급한 '수원아이파크시티4차'의 경우 총 769명이 청약해 0.49대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으며 외국인 임대 특화 아파트인 평택 '브라운스톤험프리스'도 944가구 모집에 795명만 신청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지방도 세종·광주 등만 인기=지방 역시 일부 지역의 알짜단지로 꼽혀온 곳에만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다. 9월부터 10월 첫째 주까지의 지방 분양 39개 단지 중 9개 단지만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고 나머지 30개 단지에서는 참패한 곳이 속출했다.
대표적으로 세종시의 경우 중심상업지구와 가까운데다 디자인 특화구역으로 지정된 2-2생활권 4개 단지가 모두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에 성공했다. '세종금성백조예미지M10블록'과 '세종금성백조예미지M9블록'은 각각 38.76대1, 18.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전남 광주 '광주봉선동제일풍경채' △전북 전주 '송천KCC스위첸' △부산 '개금역금강펜테리움더스퀘어' 등도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끝냈다.
반면 경남 '창녕신우희가로(374가구)'와 전남 '진도군쌍정리승원팰리채(35가구)'는 청약 접수가 단 한 건도 없었고 경북 '영천완산윤창BH타운(108가구)'은 청약자가 3명에 그쳤다. 이 밖에 △전남 '광양중마2차진아리채(616가구)' △충남 '예산이에스아뜨리움(174가구)' △전남 '남원태암프라임로즈(72가구)' △대구 '달성과학마을청아람(882가구)'도 미달됐다.
◇실수요보다 투자수요…시장 오판 가능성도=이처럼 단지별로 청약 결과가 차별화된 것은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현재 분양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매제한 완화와 대출금리 인하로 투자여건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돼 투자자금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약 광풍이 불어닥친 위례자이의 경우 청약 접수 자체가 많기도 했지만 당해 지역인 하남시 이외 지역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며 손쉽게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위례자이 1순위 청약자 6만2,670명 중 하남시 이외 지역 청약자는 4만8,794명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 지난해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청약 결과가 좋았던 '래미안위례신도시'의 경우 1순위 청약자 1만110명 중 6,854명이 타 지역 청약자로 비중은 68%였다. 한동안 약세를 보였던 세종시에서도 최근 분양한 '캐슬앤파밀리에'와 '금강백조예미지'에는 세종시 이외 지역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손쉽게 1순위에서 청약을 끝냈다.
문정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웃돈이 붙을 수 있는데다 전매제한 완화 등 투자여건도 좋아지면서 분양권 전매를 노리는 수요가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가 위례자이의 청약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분양시장을 이끄는 것은 향후 시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사들이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잘못 판단해 공급을 대폭 늘릴 경우 미분양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부 역시 잘못된 정책으로 시장을 혼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시장에서는 양극화가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실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수요만 부추기게 되면 시장 참여자들이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