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유수의 대학들과 다국적기업, 국제기구들이 한데 모인 세계 최고의 지식집약체입니다. 전세계 인재들이 모이기에 이만한 조건을 가진 곳은 없습니다.” 아드리엔 푸마갈리(사진) 로잔공대 부총장은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으로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불과 2년 전까지 디지털TV 미들웨어 제조업체에 몸담고 있다가 이 곳에 스카우트된 푸마갈리 부총장은 학교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철저한 산학연 협동”이라는 답을 내놨다.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분야를 맡고 있는 푸마갈리 부총장은 “우리 대학이 만들어낸 혁신은 세상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열쇠가 되고 있다”며 “이는 아이디어, 연구, 기업의 혼합체”라고 말했다. 대학이 피땀흘려 일궈낸 연구 성과를 단순히 상아탑 안에만 가둬 놓지 않고 세계 일류기업들과의 활발한 협력으로 그 가치를 높인다는 뜻이다. 그는 부총장을 맡으면서 노키아 등 세계 최고 기업들의 연구센터를 교내에 유치했다. 이 학교 출신 벤처로 세계적 기업이 된 로지텍 R&D센터도 대학 내로 다시 끌어들였다. 그는 “전자, 생명, 기계 등 공학교육의 최고 인재들이 우리 대학 안에 있는 만큼 이들과 연계해 개발하면 지적재산권(IP) 등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학연 협동을 강조하지만 대학 재정을 기업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기준 로잔공대 총 예산 748억스위스프랑(약 9,000억원) 중 기업으로부터 받은 비중은 7%에 불과하다. 그는 “어디까지나 학문적 성과를 기업과 연계해 더 나은 결과물을 얻으려는 뿐 금전적 이해관계를 생각하고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