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밤 기자가 찾은 상파울루의 신도심인 모룸비 지역의 고급 슈하스코 전문점 '포고 데 샹'에는 늦은 저녁을 즐기려는 손님들이 넘쳐났다. 1인당 음식값이 150헤알(약 6만8,400원)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매장 자리가 대부분 찼다. 도심에 위치한 남아메리카 최대 규모라는 세(Se) 성당 인근 등에는 걸인들로 가득하다.
월드컵을 치르는 브라질의 두 얼굴이다. 우리나라 주재원들이 밀집해 있는 모룸비 지역 아파트는 주민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와 식모가 쓰는 엘리베이터가 분리돼 있다. 인종차별은 없어도 돈 차별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게 브라질이다.
이뿐이 아니다. 중산층 이상의 상류층이 보내는 국제학교나 사립학교는 학비만 연간 수천만원이다. 고등학생 기준으로 상파울루국제학교에 드는 비용은 학비와 등록금만 연간 3,500만원에 급식, 통학버스 요금이 별도다. 이정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파울루 무역관 팀장은 "국제학교 학비가 워낙 비싸 일반인들은 보낼 엄두조차 못 낸다"고 설명했다.
공교육은 부실하다. 고등학생도 하루에 4시간에서 4시간 반이면 수업이 끝난다. 돈이 없으면 "축구나 하고 춤이나 배우라는 뜻 아니겠느냐"는 게 현지 주재원들의 말이다. 상류층은 아이들을 미국 마이애미에 유학을 보내고 있어 교육에서 시작되는 경제 양극화는 갈수록 고착되고 있다.
명품으로 이름난 상파울루의 조따까(JK) 백화점은 바다에서 타는 배까지 판다. 상파울루에 위치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헬기로 출퇴근한다.
하지만 상파울루 중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곳도 3~4층의 허름한 건물에 외벽에는 온갖 낙서가 가득하다. 지은 지 오래돼 곳곳에 금이 가 있다. 상파울루에는 재개발 예정인 건물을 거지들이 차지해 자기 마음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현재 브라질의 불평등 정도는 0.56으로 세계 10위다. 수치가 낮을수록 평등한 사회다. 브라질은 나미비아와 시에라리온 같은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세계에서 불평등 정도가 가장 높다.
특히 브라질은 정부 정책도 가진 자 위주로 돼 있다. 재산세는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낸다.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상속세도 2~3% 수준에 불과하다. 기준금리가 연 11%이어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놀이만으로도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만큼 부는 세습되고 서민가계 출신은 축구스타가 돼 한탕을 노릴 수밖에 없다.
박노석 우리은행 브라질법인 차장은 "브라질은 부자를 위한 나라"라며 "사회구조가 양극화를 더 부채질하고 있어 브라질 사람들이 축구에 빠지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축구와 삼바 축제에 빠지는 것은 불합리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잊어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