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하반기 투자규모를 상반기보다 늘리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나타나 경제회복은 늦어지고 사회 전반의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 60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하반기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27.1%에 그친 반면 73%는 상반기 수준을 유지(69.5%)하거나 축소(3.4%)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하반기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던 재계의 다짐과 달리 주요 제조업체들의 이 같은 전략변화는 기업환경이 생각보다 나빠진 탓이 크지만 최근 정치권과 정부가 잇따라 기업 때리기에 나서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사실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환경이 예상보다 좋아지지 않고 있다. 물가만 하더라도 2ㆍ4분기부터 잡힐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한국은행의 억제선(4%)을 6개월째 웃돌고 있다. 통화당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고 안정세를 보이던 원화환율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환율의 경우 지난 8일 달러당 1,057원으로 2005년 8월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초 1,120원이던 것에 비하면 반년 새 무려 7%나 하락(원화강세)한 셈이다. 삼성전자ㆍ현대차ㆍ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올해 최저환율을 달러당 1,080~1,020원대로 잡고 경영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은 물론 수익성도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경제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끝나고 은행들이 건전성 제고를 위해 대출을 깐깐히 하면서 자금조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한상의가 500개 기업을 조사해보니 3ㆍ4분기 기업자금사정지수(FBSI)는 97로 자금사정이 빡빡해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았다.
기업환경은 이처럼 어려워지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도와주기는커녕 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기업들로서는 당연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을 매도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투자확대-고용증가-경제활력 회복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