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노동 이동정책

얼마 전 매스컴 보도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에 그냥 노는 사람이 약 100만 명이고 고학력 실업자가 약 40만 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 현장에서 부족한 노동력은 약 20만 명으로 외국인 근로자라도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실업과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FTA 협상에 농업을 비롯하여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해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논의도 많았다.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은 여럿 있겠지만 크게 소극적 방법과 적극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방법의 대표적인 것은 피해산업을 계속 운영하는 기업들과 종사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적극적인 방법은 노동 이동정책이다. 피해산업의 노동력을 유망한 산업으로 이동시키고, 그리고 사양산업 지역에서 구인이 필요한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스웨덴 모델의 아버지(The Father of the Swedish Model)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노동조합 지도자 고스타 렌(Gosta Rehn, 1913~96)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근로자의 이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했다. 렌은 정부, 산업, 그리고 노동조합과 함께 일하면서 그 다음해 혹은 2년 후 일자리가 남아돌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물론이고 미래의 고용기회를 분석하고 예측했다. 렌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근로자와 그 가족을 쇠퇴하는 마을에서부터 성장하는 마을로 아예 이사를 가도록 권고했고, 정부는 그에 따른 이동 보조금을 지급했다. 렌의 이동정책은 쇠퇴하는 산업과 쇠퇴하는 지역에 사람들이 그냥 머물도록 하면서 그곳의 산업을 보호하고 또 실업자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해서 국가 예산이 대단히 절감되었다. 그 결과, 1940년대 말에서 1960년대 말까지 20년 동안 다른 서구국가들보다도 훨씬 더 급격한 산업변화를 겪은 스웨덴은 새로운 산업에 필요한 근로자들을 개발할 수 있었고, 동시에 스웨덴의 근로자들의 수, 근로자들의 기술, 생활수준, 그리고 직업만족도는 꾸준히 올라갔다. 농부와 숙련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누리던 영광된 지위를 회복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해도, 자신들의 현재 위치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 눌러 앉아서 중앙정부와 지역 정치인들에게 넣는 압력은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솔직히 농업, 특정 제조업, 혹은 특정 지역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직업별 경계선을 유지함으로써 앞으로 몇 년 간은 농업운동가와 특정 산업별 노동조합과 그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일자리는 보장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해서 낙후 산업과 그 일자리가 급속히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것은 결국 그런 산업 종사자들과 조합원들이 재교육을 받을 기회를, 신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그리고 기존의 기술을 새로운 일에 적용하기 위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수도권의 공장 증설을 법으로 막거나 규제하는 것은 노동의 이동성을 막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양산업 지역에 보조금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조금의 원천은 국민의 세금이다. 유망산업 지역이든 사양산업 지역이든, 그리고 도시든 농촌이든 간에 그곳에 남아 있는가, 혹은 떠나는가 하는 것은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지, 진입규제 장벽을 치고 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대가로 보조금을 지급하여 이동성을 막는 것은 잘못이다. 개방화ㆍ정보화ㆍ세계화 시대에는 이동성을 국가 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일하는 지역, 사는 지역, 그리고 직업선택 등에 변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변화가 쉽도록 해야 하며, 그리고 가능한 한 고통이 적도록 해야 한다. 노동 이동에 대한 스웨덴의 보조금처럼, 보조금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다른 어느 국가도 렌의 정책을 채택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렌은 이동 보조금 지급에 시간적으로 한계를 정했다. 정말이지 어떤 보조금이든 간에 그것은 조만간 한계를 맞게 되는데, 그 이유는 끊임없이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인해 여론과 입법기관은 궁극적으로 인내심을 상실하게 되고, 보조금은 언제나 수혜자가 더 약해지도록 하고 또 과거보다 생존 능력을 더 떨어뜨리게 된다. 그리고 보조금에는 항상 규제가 뒤따르기 마련인데, 그런 곳이면 늘 따라다니는 부패, 악용, 사기 등이 악취를 풍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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