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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맥도날드만큼이나 익숙한 미국 문화의 아이콘 '미키 마우스'. 자신만만한 표정의 조각이 전시장 가운데, 천장에 닿을 듯한 높이의 전시대 위에 놓여있다. 관람객은 전형적인 팝 아트 작품 정도로 지나친다. 하지만 양초 재료인 파라핀과 설탕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은 전시 기간 천장 조명의 열기 속에 서서히 녹아내린다.
회화에서부터 사진, 설치, 조각, 영상 작업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문형민 작가의 개인전 'Love me two times'가 서울 청담동 헬리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전위 예술은 파격과 실험 정신으로 가득차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화랑계의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그간 갤러리현대와 성곡미술관, 갤러리쌈지, 지난해 싱가포르·독일 전시에 이어 이번이 8번째다.
앞서 미키마우스 조각은 이번 전시 제목이기도 한 'Love me two times #1'. 번듯한 외관을 자랑하던 작품은 조명에 가까울수록 더 밝게 빛나지만 그만큼 빨리 무너진다. 흉물스럽게 무너질수록 전시장 안에는 달콤한 향기가 차오르는 모순적인 상황.
미술평론가 이대범은 이에 대해 "그렇다면 죽음(해체)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의 상징성은 단순한 차원(미국 자본주의 문화)을 넘어서 이번 전시 자체를 규정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바로 정제되고, 단단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 무엇(예술일 수도 있고, 언어일 수도 있는)의 허구성"이라고 설명한다.
화려한 색상의 정사각형 1만개로 캔버스를 채운 'by numbers'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전시된 작품은 'GQ 2009'와 'Wired 2008'. GQ와 와이어드는 미국의 유명 잡지. 작가는 1년 단위로 지면을 모두 스캔해 분석하고 가장 많이 쓰인 단어와 색 10개씩을 추려낸다. 그리고 그 빈도수에 따라 캔버스를 채워간다. 화려해 보이지만 결국 넓은 화면을 채운 것은 겨우 10가지 색뿐. 화려해 보이는 미술이라는 것이 몇 개의 상투적인 단어로 규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야유'다.
그 외에도 익숙한 도시 풍경, 마트 판매대 사진에서 모든 글씨를 지워 낯설게 하는 'Unknown City(익명의 도시)' 시리즈, 철판 위에 신문 헤드라인을 암호처럼 새겨넣은 'Unknown story' 시리즈 등 총 12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는 4월30일까지. (02)511-3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