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영용 교수의 생활 속 경제] 비용과 선택

불황기에 학생 자퇴율 낮아지는 이유는<br>임금수준 낮아 기회비용도 작아져<br>도시인이 덜 친절한것은 시골보다 시간비용 크기때문<br>수입 많은 스타들 기회비용 커 군복무 회피경향 강해



불황기에 학생들의 자퇴율이 낮은 이유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은 왜 일어났을까? 대도시 사람들이 시골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불친절한 이유는?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군복무를 회피하려는 욕망이 강한 이유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질문들이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기회비용이란 여러 가지 대안 중 최선의 기회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차선(次善) 기회의 가치를 말한다. 따라서 비용도 사람들이 부여하는 주관적 가치를 반영하며 사람들의 행동과 관련된 비용은 모두 기회비용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비용은 ‘사물’에 고유하게 묻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위가 있을 때 발생한다. 인간 행동이 없으면 비용도 없다. 또 비용은 미래지향적인데 이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때 관련되는 비용은 미래에 예상되는 비용이라는 뜻이다. 이미 지불한 과거의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하며 이는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물론 매몰비용도 행위를 한 사람이 지불하지만 미래의 의사결정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지나간 역사일 뿐이다. 또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은 어떤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추가적 비용이라는 점에서 항상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라는 점이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비용은 아파트를 공급하는 행위에 의해 포기된 기회의 가치이다. 만일 아파트 건설로 도로건설을 포기했다면 아파트 공급의 기회비용은 건설을 포기한 도로이다. 식당에서 탕수육을 사먹고 1만원을 지불했다면 그 1만원은 탕수육을 사먹은 행위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차선의 가치이다. 그 차선이 책을 사는 것이라면 탕수육의 기회비용은 책이다. 물론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으로 얻으리라고 예상하는 추가적 편익(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을 고려해 결정한다. 미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퇴율은 경기순환에 꽤 민감한 편이다. 불황기에는 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금수준도 낮다. 호황기에는 그 반대이다. 시간당 임금이 불황기에 10달러이고 호황기에 20달러라면 학교에 다니기 위해 불황기에는 시간당 10달러, 호황기에는 20달러의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불황기에 학교에 다니는 기회비용이 낮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불황기에는 호황기보다 학생들이 취업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 두는 자퇴율이 낮다. 경유가 화물차와 디젤기관차 연료로 사용된다고 하자. 화물차 운전자와 철도공사는 경유를 자신이 사용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화물차 운전자와 철도공사가 경유를 자신의 연료로 잡아두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경유를 사기 위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과 같거나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원유 사정이 악화돼 경유를 자신의 용도로 잡아두려면 예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곧 경유라는 투입물의 물리적 특성에는 변화가 없지만 경유 사용에 따른 기회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물연대는 그렇게 증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난 후 남는 돈이 미미하기 때문에 운송료를 현실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대도시보다 시골에서 길을 물었을 때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일러준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이 대도시 사람들이 시골 사람들보다 더 고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통 대도시 사람들의 임금은 시골 사람들의 임금보다 더 높으므로 대도시 사람들이 시골 사람들에 비해 시간에 부여하는 가치가 더 높다. 즉 시골 사람들에 비해 대도시 사람들의 시간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대도시 사람들이 더 부산하게 움직이고 덜 친절한 것이다. 일정 수준의 군 전력을 유지하는 데 비용 측면에서 징병제가 지원제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지원제가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징병제하에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는 군복무를 해야 한다. 물론 장병들의 월급은 일반 사회에서 벌 수 있는 액수보다 훨씬 적다. 그래서 징병제 비용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을 따질 때는 누구의 비용인지가 중요하다. 징병제하에서 국방부가 지출하는 비용은 더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 전체가 지불하는 비용은 어떨까. 지원제하에서는 필요한 장병의 수가 충족될 때까지 임금을 점점 증가시키면서 군인을 모집하므로 군복무에 따른 기회비용이 가장 낮은 사람부터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징병제하에서는 개인의 기회비용과 상관없이 징집된다. 이 경우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군복무에 따른 기회비용이 크다.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군복무를 회피하려는 욕구가 강한 이유다. 군복무로 인한 기회비용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징집될수록 군 전력을 유지하는 데 사회 전체가 지불하는 비용은 커진다. 이와 같이 우리의 선택과 비용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선택에 직면하게 되며 선택행위는 비용을 유발한다. 그리고 비용이 달라지면 우리의 선택도 달라진다. ◇용어 설명 기회비용:여러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을 때 잃게 되는 차선의 가치이며 미래에 발생하리라고 예상되는 한계비용. 매몰비용:과거에 지출된 것으로 현재의 선택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용. 한계비용:어떤 행위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한계편익:어떤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이득.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