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 힘이다] 미터법
1m=지구자오선 길이 4,000만분의 1현재는 '빛 속도' 기준사용 오차 줄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미터(m)법은 겨우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00여년 동안 무엇을 측정표준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미터법은 1790년 프랑스의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Charles Maurice de Talleyrand)이 새로운 단위의 설정을 제안한 것이 그 효시다. 미터법 이전의 도량형은 고대 로마에서 전해진 것이 그대로 사용됐다. 주로 사용된 단위는 ‘피에 드 르와(Pied de Roi)’로서 약 325㎜ 길이였다. 그 기원은 페르시아 다리우스왕이 정한 큐비트(Cubit)의 2분의1에서 딴 것으로 샤를마뉴 대제(8세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프랑스는 여러 가지의 길이단위가 사용되고 같은 단위도 다른 값을 의미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1700년대 후반부터는 단위계의 개혁 필요성을 외치는 소리가 커져갔다. 결국 대혁명이 일어난 후 국민의회는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신단위계를 만들기로 하고 파리과학학사원의 검토를 거쳐 최종안을 만들었다. 1m를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지구 자오선 길이(90°)의 1,000만분의1’로 한 것이다.
프랑스는 1799년 6월 이러한 정의를 국가표준으로 할 것을 법령으로 공포했다. 1870년 8월에는 수도 파리에서 미터법국제위원회가 발족되고 1875년 5월 20개국 참가국 중 17개국이 미터협약에 서명했다.
미터협약이 체결된 후에도 미터의 기준측정방법은 부단한 변화ㆍ발전을 겪었다. 1870년 미터법국제위원회가 발족될 때는 백금(90%)과 이리듐(10%)의 합금으로 된 ‘1m’ 길이의 막대 모양 미터원기(meter原器)를 만들었다. 1889년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는 이것을 국제미터원기로 선정한 후 각국에 사용을 권했다.
하지만 점차 이 미터원기와 빛 파장과의 비교측정 결과 원기의 길이가 온도와 기상여건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열린 1960년 제11차 도량형총회에서 크립톤(kr)-86 램프에서 나오는 등적색 파장으로 다시 정의됐다. 크립톤-86 램프는 그 오차가 0.000007㎜ 수준으로 백금 미터원기가 가진 정확도 0.002㎜보다 훨씬 우수했다.
이후 빛의 속도를 통해 길이를 측정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1983년의 제17차 도량형총회에서 1m는 ‘빛이 진공상태에서 2억9,979만2,458초분의1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로 바뀌었다. 이는 0.0000007㎜의 오차를 가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빛 가운데서도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에서 나온 속도를 기준으로 사용, 오차범위를 0.00000002㎜까지 줄였다.
/후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입력시간 : 2004-11-10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