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천사' 2년만에 돌잔치
임신 23주만에 535g으로 태어난 전형우 아기…"미숙아 정부지원 절실"
"힘겹게 여기까지 온 형우가 2년만에 생일다운 생일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임신 23주만에 535g의 가냘픈 몸으로 세상의 빛을 본 아기가 태어난 지 2년만에야 첫돌 잔치를 연다.
2003년 여름 결혼 9년만에 늦둥이를 본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서울 중부경찰서 전효상(41) 경장과 이해련(38)씨 부부는 출산 예정일을 4개월여 남긴 그 해 8월 갑작스럽게 아기를 낳았다.
임신 23주만에 태어난 아기 형우의 몸무게는 535g.
오는 29일 태어난 지 2년 만에 첫 돌잔치를 여는 전형우군. 2003년 8월 임신 23주만에 535g의 미숙아로 태어난 뒤 첫 생일잔치를 연다./서울=연합뉴스
40주를 모두 채우고 태어난 보통 신생아 몸무게의 6분의 1정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미숙아'였던 것.
어른 손바닥보다 작았던 형우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생명을 의지해야 했다.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자라지 못해 폐기능을 비롯해 신체기능이 완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존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씨 부모는 형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늦둥이 아들을 보았다는 기쁨도 느낄 새 없이 부부는 형우를 어떻게든 살려내야겠다는 의지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가 가쁜 숨을 쉬며 생을 이어가는 것을 보는 전씨 부부는 아이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형우의 24개월은 아버지 전씨에게 20년과도 같았다. 아기의 몸무게가 1g 변할때 마다 전씨 부부는 울고웃기를 반복해야 했다.
형우는 작년 1월 한 방송사를 통해 전파를 타면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천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 당시 미숙아 부모 모임에서 헌혈증을 여러 장 보내와 형우의 건강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형우는 인큐베이터 생활을 끝내고도 완전하지 못한 건강상태로 인해 병원을 제집처럼 들락거렸지만 삶의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
다행히 형우는 큰 탈 없이 자랐고 현재 몸무게 3kg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또래 아이들보다 3분의 1정도 무게 밖에 나가지 않지만 전씨 부부에게 형우는 누구보다 대견스러운 아들이다.
작년 여름 형우는 첫 생일을 맞았지만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색동옷 입고 잔칫상을 받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아버지 전씨는 그래서 아들의 두번째 생일을 첫 돌 잔치를 겸해 의미있는 자리로 만들기로 했다. 29일 저녁 직장 근처에서 가족과 함께 형우의 건강한 앞날을 기원하는 자리를 준비했다.
지난 2년간 하루 하루를 형우의 얼굴을 보는 낙으로 살아온 아버지 전씨는 그러나 형우 말고도 같은 처지의 다른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
전씨는 "저야 직장도 있고 형우 하나만 돌보면 돼서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부부의 미숙아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7/28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