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선순화 '돈맥경화' 해소기대
[11.3 기업퇴출발표] 부실 판정이후 자금시장 변화
부실기업 판정결과가 발표됐지만 자금시장은 전반적으로 큰 동요 없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가 거의 없어 지표구실을 못하는 회사채시장은 의미가 없고, 국고채 금리는 보합수준(3년물 기준 7.6%대)에서 등락이 미미했다. 은행등 금융기관의 자금사정 역시 유동성 부족을 걱정하는 곳이 거의 없는 그동안의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단면만 놓고 보면 부실판정 결과가 당장 자금시장 전반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판정이 앞으로 자금시장에 가져올 변화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로 퇴출기업과 관련된 협력ㆍ하청업체등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는 등 퇴출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됨으로써 그동안 시장에서 완전히 소외됐던 `BBB'등급 이하의 기업에도 점차 돈이 돌 가능성이 높고, 선순환이 시작되면 회사채 시장이 살아나 자금대란에 대한 위기감도 희석될 전망이다.
반대로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실망이 확산되면 채권시장의 기능회복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퇴출후유증 조기 수습하면 선순환 가능성=한국은행은 부실판정 결과 발표후 중소 협력ㆍ하청업체등의 자금난이 극심해지고, 이로인한 부분적인 혼란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은 시장대책을 내놓고 단기적인 퇴출후유증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은 그동안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기업에 대해 일방적으로 돈줄을 끊어온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전략에 변화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판정결과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전제돼야한다.
`살아남는 기업들은 어느정도 믿을 수 있다'는 공감대만 확산되면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BBB 또는 BB등급 기업의 회사채에 대해서도 수요가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이를 계기로 회사채시장에 점차 돈이 몰리고 가격기능이 회복되는 선순환 기조로의 진입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부실판정 이후 금융기관들이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가 변수로 남아있다. 당분간은 시장흐름을 관망하면서 과연 살아남은 기업을 믿을 수 있을지를 저울질 할 전망. `달라진게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할 경우 채권시장은 상당기간 회복불능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금융기관 유동성 안정적=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방식으로 2일 2조5,000억원에 이어 3일에도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은행권에 지원했다. 당분간 부족자금에 대한 RP지원에 인색하지 않겠다는 입장.
당장 은행등 금융기관들도 유동성 부족으로 고전하는 곳은 거의 없다. 추곡수매자금등 재정자금방출이 잇따라 대기하고 있어 연말까지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문제는 금융기관에서 흘러나가는 자금이 가계ㆍ우량기업에만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없어=부실판정 결과가 달러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외국인들이 이번 구조조정 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경우 달러 공급이 늘어나 환율이 떨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김상연기자 dream@sed.co.kr
입력시간 2000/11/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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