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다. 기업의 경영도 전세계적일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통합된 시장,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 급변하는 영업환경, 끊임없는 경쟁과 사업 여건의 변화는 생존을 위한 사업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제품 개발, 원가 절감 등 사업 전반의 변화가 글로벌 차원의 현금흐름, 거래흐름, 계약 채무, 물류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 각 국의 조세 체계에 대한 이해, 사업전략과 조세전략의 융화로 기업의 재무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그룹 전체의 세금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업전략 및 경영환경과 합목적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기업의 조세전략은 경쟁력 확보의 수단이다. 하지만 절세 일변도의 접근 방법은 엔론 사태에서 보듯 결국 글로벌 기업 전체의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과세 당국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조세전략(sustainable tax strategy)이 요구된다. 경영전략의 변화가 글로벌 세금에 미치는 영향을 최근 이전 가격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기업구조재편(Business Restructuring) 사례로 보자. 정보통신에 기반을 둔 공급망 관리(SCMㆍSupply Chain Management)시스템으로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의 사업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주문 관리, 재고 관리, 시장 수요조사 등 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SCM의 실시로 기업의 조직도 변한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ㆍ판매ㆍ유통 등 모든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 지역별 생산기지와 판매기지가 몇 개국을 관할하고 개별 국가에는 최소한의 판매기능만 남겨도 된다. 세금 문제는 어떤가. 한 국가에서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 기능별로 인원과 시설이 모두 필요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반면 SCM 덕분에 최소한의 판매기능만 있는 국가에는 적은 인원과 시설로 낮은 수익을 실현하고 세금도 줄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경영전략의 실질적 변화로 판매회사의 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본사의 소득은 늘어난다. 글로벌 기업의 조세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세율이 높은 지역에서 낮은 지역으로 이익을 흘려보내는 이익 이전 방법(profit migration)이다. 본점과 자회사 간의 거래 가격을 조작해 고세율 국가의 과세소득을 줄여 저세율 국가로 이전하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 세법상 비용 공제가 되는 이자비용을 높이기 위해 본사로부터 과다하게 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의 금융거래ㆍ상표권 등 고소득을 창출하는 무형자산을 저세율 국가로 옮기는 방법(Intellectual Property Migration) 등이 대표적 이익 이전전략이다. 둘째, 조세조약이나 각 국의 국내 세법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jurisdictional strategy)이다. 본사의 세법상 주소지 변경, 감면제도 및 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활용, 결손금 이월, 연결신고 등이 그 예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조세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조세전략 수립 전에 이 제도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특히 조세행정의 최근 동향인 조세행정의 세계화(global enforcement)와 그 파급 효과에 대해 유념할 필요가 있다. 조세행정의 세계화란 국제적 조세 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과세 당국 간의 국제적 공조를 말한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9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회의의 ‘서울 선언’ 채택을 들 수 있다. 국제적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해 40여개국 국세청장이 정보 교환의 활성화, 세무대리인의 책임 강화 등에 합의했다. 또한 OECD에서는 각 국의 조세 회피 사례를 수집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조세행정의 세계화는 글로벌 기업의 조세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은 지속가능한 조세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과세 당국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