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대적 홍보를 앞두고 있는 사업을 관련 기업이 먼저 공개하자 기사 삭제 등을 부당하게 요구하며 해당기업을 힘으로 압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기업은 보도자료를 낸지 수시간만에 이를 철회하려는 촌극이 연출됐다.
민간기업에 대한 서울시의 이 같은 홍보통제는 스스로의 사업성과를 부풀려 보여주기 위한 과욕이 낳은 것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 정부가 민간기업의 정당한 홍보활동을 부당하게 억제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현대엘리베이터는 서울시 서초구 등 서울 서부권에 설치될 친환경첨단 정류소 2,027대를 제작,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서울시가 2년전께부터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가로변 정류소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삼중테크와 함께 서울시내 정류소를 제작, 설치하는 사업체로 선정됐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오전 8시께 보도자료를 배포한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러나 4시간 여가 지난 약 12시께 해당 기사를 온라인은 물론 지면에서 삭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언론사에 문의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오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로 인해 서울시가 계획하는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기사 삭제를 요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과정에서 서울시에서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했다는 이유로 항의와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서울시가 다음달 서울시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준비하고 있는 개선 정류소 홍보행사보다 먼저 자료를 배포해 '김이 샜다'는 것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주최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다음달 서울시 출입기자를 초청해 정류소가 설치된 현장에서 직접 실물을 공개하며 기능을 소개하는 행사를 예정하고 있었다"며 "사전 합의없이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자료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서울시가 사전에 보도자료 출시 시기 등에 대한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채 사후적으로 업체에 보도 여부를 항의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관 우위적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계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경영 호재가 생겼을 때 공개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며 "현대엘리베이터가 사전에 홍보시기를 상호 조율했다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울시 측에서 기사를 내리라고 요청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특히 서울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로변 정류소 사업의 내용을 이미 스스로 공개한 상태다.
서울시 측은 그러나 "추후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사전합의를 요청한 것 뿐이며 직접 현대엘리베이터와 통화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통 이런 사업을 하다보면 기관들끼리 협의를 하하는 데 인터넷에 (기사가) 뜬 걸 보고 알았다"며 "앞으로는 같이 하자는 뜻을 알렸던 것 뿐이고 서울시의 계약 주체는 KT기 때문에 KT에 하도급을 받은 현대엘리베이터와는 직접 통화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와 관련 통화상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시와 통화했다"고 답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 시장에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 등 여러 자리에서'아무것도 안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 것은 보여주기 식 행정을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홍보 욕심에 기업의 홍보를 제한하는 것을 보면 박 시장의 시정철학이 서울시 조직 내에 공유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