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의 봉쇄에 이어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까지 동조 휴업에 돌입, 수도권기업들의 수출 및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ㆍLG전자 등 핵심 수출 기업들이 화물 운송마비라는 직격탄을 맞았으며, 대다수 중소 수출업체들은 컨테이너조차 배정받지 못해 선적을 포기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으로 14일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액만도 5억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원자재와 부품공급 차질로 주말께는 사상 최악의 가동 중단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컨테이너 쟁탈전, 수출기업 직격탄 = 경인ICD의 파업이 시작된 지난 13일 의왕 현지에선 평소 처리물량(5,500TEU)의 40%에 불과한 2,199TEU만이 처리된데 이어, 이날도 30% 안팎에 그쳤다. 경인IDC 소속 컨테이너 차량 680대 가운데 운송회사 보유 100대를 제외한 580대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삼성전자ㆍ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SKC 등 핵심 수출 기업들의 피해도 가시권으로 접어 들었다. 특히 경인ICD 하루 물동량의 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극심한 피해가 우려된다. 하루 120FEU(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가 출고되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경우 하루 컨테이너 출하량 목표치를 13일 87FEU에서 14일에는 81FEU로 줄였다.
컨테이너를 배정받기 위한 수출업체들의 몸부림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들은 그나마 운송회사 소속 트레일러를 일부 배정받았지만 영세 기업들은 `그림의 떡`인 형편. 전국의 45%에 달하는 120여만여 수도권 중소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삼보컴퓨터 등 중견 기업들조차 컨테이너 운반용 트레일러를 구하지 못해 일반 화물차에 내용물만 빼내 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인IDC에는 입고된 수입물품을 직접 실어가겠다는 수출입 업체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내륙 물류 심장 멎을 위기= 경인지역 유일의 내륙컨테이너 기지인 경인ICD가 처리하는 물량은 수도권 전체 컨테이너 화물의 45%. 중부권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집합되는 화물수송의 거점기지다. 지난해에는 총 102만TEU의 컨테이너가 이곳을 거쳐가 국내 전체 컨테이너 화물의 10%를 차지할 만큼 물류의 심장기지다.
경인ICD 관계자는 “현 상황이 주말까지 이어질 경우 중부권 수출 기업의 가동 중단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며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이미 제품 운송이 되지 않아 사실상 공장이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철송화물도 생산공장에서 ICD까지 트럭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피해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 관계자는 “동조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 경인지부와 위수탁지회는 적극적인 파업이 아닌 상부지시에 따른 파업의 형태를 띄고 있어 부산 사태 해결에 따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노정협상이 결렬되는 등 상황이 예측불허여서 수도권 물류 대란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거래선 이탈, 외국기업 투자 축소 움직임= 부산항에 이어 의왕까지 파업전선이 확대되면서 공장 가동 중단은 물론 업체들의 해외거래선 이탈도 속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피해액이 1,000만달러에 달하고 수출 지연으로 인한 클라이언트의 클레임도 대거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경우 평상시 출하물량의 75% 이상이 묶여 창고에 야적되는 양이 늘어나 15일 이후까지도 사태의 급진전이 없으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광주ㆍ구미ㆍ인천 공장에서 수입 원자재 공급 지연으로 일부 공장 가동률을 대폭 축소했다.
A그룹 관계자는 “파업 사태가 계속되면서 해외 일부 업체들의 거래 중단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말까지도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이 끝날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한 투자에 변화가 없었으나 물류 사태가 벌어진 이후 본사에서 투자 규모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의왕 ICD란
의왕ICD는 수도권 및 중부권 대부분의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집합되는 화물수송의 거점기지다. 지난 96년 완공된 경인ICD는 철도수송, 화물통관, 내륙운송, 내륙항만 등의 기능을 갖춘 동양 최대의 내륙컨테이너기지로 연간 100만TEU 처리능력을 갖췄다. 이 곳은 수도권지역 기업체의 각종 수출입 화물을 보관ㆍ집하ㆍ운송ㆍ배송하는 종합물류센터의 기능과 함께 세관ㆍ검역ㆍ차량정비ㆍ컨테이너수리 등 각종 지원시설이 갖춰진 일종의 내륙항만이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5,600TEU의 수출입 화물이 반출입된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전체 컨테이너 화물의 10%에 해당하는 102만TEU의 컨테이너가 이 곳을 거쳐갔다.
<김영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