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일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종일 진통을 겪었다. 열린우리당은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며 회기 내 처리를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을 포함한 야4당이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번 회기 내 법안처리가 무산됐다. 또 민주노동당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로 법사위 계류 중이던 30여건의 법안도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7시 김원기 국회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담을 갖고 비정규직 법안과 금융산업구조 개선법(금산법) 개정안 등을 차기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한편 국회는 오후8시께 본회의를 열고 채무자회생 및 파산법 개정안 등 53개 계류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앞서 김한길 우리당,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오후2시로 예정된 본회의 개회 전에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입장 차이를 조율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법안 상정을 요구했으나 이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직권 상정에 대해 “직권상정하면 의결 정족수가 안될 것”이라며 본회의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야4당은 이후 별도의 원내대표 회담에서 법안 직권상정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4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안경률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야4당이 지난 합의대로 4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며 “열린우리당이 오는 6일, 7일에 국회를 열어 처리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러나 “6일, 7일 임시국회 소집에 대해서는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뒀다.
민노당 의원들의 점거로 이날 법사위 개의 자체가 무산된 것을 두고 법사위의 기능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려면 법사위를 거쳐야만 하는데 회의장 점거가 계속되면 ‘직권상정’ 외 현실적 대안이 없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
정성호 우리당 원내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가 고유법안에 대해 심의할 수는 있지만 타 상임위 법안에 대해서는 보충적으로 체계와 자구만 심사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단원제인데 양원제처럼 법사위에서 통과 안되면 다 안되게 운영되고 있다. 반헌법적 행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