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뚫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 음치인데다 음악에 둔감한지라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필자가 몇 년 전 음악 초보자라면 누구든지 쉽게 들을 수 있는 피아노 곡을 소개받았다. 이 곡으로 귀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해 지금은 차 안에서 안네 소피 무터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곡을 비롯한 다양한 곡을 즐겨 듣게 됐다.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 CD는 차에서 반복해서 들어서인지 TV 일일연속극의 배경음악으로 나올 때는 반갑기도 했다.
마침 유키 구라모토가 가을의 문턱에 한국 팬을 찾아왔다. CD로만 듣던 곡을 콘서트 홀에서 실연으로 듣는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여겨졌다.
우리나라 공연문화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티켓 예매처에 전화를 하면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오니 기다려주십시오’라는 멘트를 항상 듣게 된다. 처음에는 상술이 아닌가 의심도 했으나 실제로 티켓 구매자와 문의가 줄을 서 있다고 한다.
문화 향유층의 저변 확대는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바이올린니스트 소피 무터나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연주회의 경우 청소년에서부터 중년층까지 남녀구분 없이 다양한 계층이 객석을 완전히 메우고 있었다.
뮤지컬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공연되며 독창적인 창작 뮤지컬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이제 뮤지컬 시장만 1,000억원 규모라고 하니 가히 경제 강국에 어울리는 수준이다. 런던 피카디리 극장가에서 몇 년씩 계속되는 뮤지컬들은 영국 국민만을 상대로 하는 공연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지에서 관광객과 애호가들을 끌어오는 영국의 주요 관광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으며 영국 문화산업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산업이 영화산업처럼 뿌리를 내리려면 서민층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관람료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 현재 10만원선인 관람료를 절반 정도로 인하시키면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고 일년에 한번 공연장 찾기가 어려운 서민층에게도 관람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든든한 공연 후원자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없었더라면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활 타오르던 르네상스가 과연 있을 수 있었을까. 위대한 예술작품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후원자들이 나타나 이 나라의 문예부흥을 이룩할 날을 학수고대한다.